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피터팬과 그 친구들이 사는 곳, ‘네버랜드’의 이름을 따서 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아이들처럼 명랑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트렌드를 ‘네버랜드 신드롬’이라고 한다.
유아적인 자기중심주의만 아니라면, 쉴 때는 잠시 아이처럼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요즘엔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 거의 모든 단체에서 ‘어른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 예로 2014년에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에는 어린아이들의 목욕용 장난감인 오리인형 ‘러버덕’이 출현했는데 이를 보기 위해 한 달간 약 50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2022년에도 같은 행사가 열려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어른이’들에게 힐링과 기쁨을 주기도 했다. 국민 캐릭터가 된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과 춘식이는 말할 것도 없고,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 또한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굿즈를 제작하고 이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전국에서 운영했는데 서울 강남점의 경우 9주 동안 무려 8만 명이 다녀갔다. 이러한 캐릭터의 활약에 힘입어 ‘진로 이즈 백’ 소주는 매출이 37% 증가하기도 했다.
스포츠? 아니, 그냥 놀이!
제한된 계층에서 격식을 갖춰서 즐기던 취미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놀이’의 개념으로 어린아이처럼 가볍게 접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진입장벽이 높았던 테니스계에 요즘 3040세대들의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3040세대들은 테니스를 누구나 함께 즐기는 평등문화로 생각하고 실력에 관계없이 함께 즐기고 박수치며 플레이한다. 원래 테니스 동호회에서는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전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동호회 가입조차 힘들었던 예전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스포츠로서의 진지함보다는 재미를 우선시하는 경향은 ‘네버랜드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다. 장노년층만 마시는 줄 알았던 전통 증류주를 힙합가수 박재범이 만들어 ‘원소주’라는 브랜드로 판매했더니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끈 것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놀이터 마케팅
놀이를 즐기는 ‘어른이’들의 습성에 맞춰 기업들도 매장 공간을 놀이 공간처럼 꾸미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침대 회사인 시몬스는 3층짜리 주택 전체를 개조해서 자사의 주요 제품을 전시하는 대신,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인 ‘쉼’ =에 맞춰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였다. 어른들이 탐낼 만한 굿즈도 제작 판매하며 방문객들이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게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스탠바이미 클럽’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입장하는 방문객들은 스탬프투어 미션지를 받은 뒤 전자오락, 자전거 타기로 팝콘 튀기기 등의 단계를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스탬프를 받는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의 매장은 이제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친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