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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탄소배출 공시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기후 공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과 EU 기업의 공급망에 들어있는 한국 기업도 이를 우회할 수 없다. 

전면적 기후 공시가 기업 경영환경의 ‘뉴노멀’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탄소 배출량 의무화 규정하는 기후공시 

그동안 본 칼럼을 통해 소개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공급망 실사는 EU(유럽연합)가 먼저 깃발을 들고 추진하고 있는 ESG 제도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무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 및 기후공시. 이 중 기후공시는 기업들이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 크게 스코프 1, 스코프 2, 스코프 3 등 세 가지 통로를 통해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통제하고 있는 공장 등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탄소 배출이다. 스코프 2는 기업이 구매하는 전기와 동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말한다. 스코프 3은 협력업체는 물론 물류, 제품의 사용과 폐기 등 기업 외부에서의 간접적 탄소배출량이다. 예컨대 금융기관이 투자한 기업에서 나오는 탄소도 여기에 포함된다. 스코프 3은 기업 탄소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빼고 기후공시를 하자는 것은 ‘알맹이’를 없애자는 얘기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글로벌 기후공시 발의 

현재 지속가능 및 기후공시 제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역시 EU다. EU는 지난 1월부터 이미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을 시행하고 있다. 5천 개 EU 역내·외 기업에 적용되는 CSRD는 스코프 1, 2, 3 모두의 탄소 배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알리도록 하고 있다. CSRD는 2024년부터 2029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기후공시 논의도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 작업을 맡고 있는 기관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 위원회)인데 오는 6월 말에 최종안을 공표한 다음 이를 내 년 1월부터 발효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ISSB안 또한 스 코프 1, 2, 3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협력업체들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 은 점을 감안해 스코프 3은 시행 시기를 1년 늦추기로 했다. ISSB안은 확정되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각국이 도입할 것으 로 보인다. G7과 G20, 국제증권관리위원회와 40개국 이상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코프 3 공시안 완화될 듯 

마지막으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안. SEC 는 지난해 3월 상장사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 표했다. 대상은 EU와 ISSB의 방안과 동일하게 스코프 1, 2, 3 을 포괄하고 있다. 다만, 스코프 3은 상장사에 ‘중요한’ 경우, 그리고 상장사가 스코프 3을 포함한 탄소감축 목표를 설정 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이 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한 창인데 공화당과 일부 기업이 반발하고 있어 스코프 3 공시 안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후공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 다. 먼저 ISSB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도입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EU의 CSRD와 미국 SEC안은 현지에 진출한 일 정 규모 이상의 기업 등은 곧바로 적용 대상이 된다. 또 미국 과 EU 기업의 공급망에 들어있는 한국 기업도 이를 우회할 수 없다. 

문제는 스코프 3 탄소배출이다. 측정과 관리가 어려워 대다 수 기업이 이를 공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중소 기업의 준비가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억제 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일이 인 류의 대명제가 된 상태에서 기업 전 영역에서의 탄소배출을 공시하고 이를 줄여나가는 것은 세계적 공감대가 모아진 실 행과제이다. 전면적 기후 공시가 기업 경영환경의 ‘뉴노멀’ 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