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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과학기술을 위한 실천

글. 유영제 가천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과학기술의 혜택이 부유한 자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혁신적인 전자제품이나 효과 좋은 신약은 대개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기술 혜택을 일부만 누리는 현실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혁신적인 전자제품이 소개되면 주로 부자들이 구입한다. 과학기술의 혜택이 먼저 부유한 나라와 부유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과학 은 부자들을 위한 것인가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의 힘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신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 에게는 오직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인류를 위한 기술 의 개발이라는 목표가 있을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돈이 개 입되기 마련이다. 연구개발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구개발비가 소요된다. 기초연구는 국가에서 지원하기 에 기초연구 결과의 혜택은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기초연구 결과를 실용화하는 것은 대부분 기업의 몫이다. 그리고 실용화 초기 단계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기에 값 싸게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다. 기업은 실용화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야 하므로 그렇게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실제로 어떤 항암치료제들은 매우 고가라서 보통 환자들은 엄두도 못낸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가? 

 

약자를 위한 기술 제품 제공에 관심 가져야 

많은 경우 실용화 초기에는 값이 비싸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이 생기면서 값이 내려간다. 그러면 돈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 되는가? 

이럴 때 국가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가격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국가나 보험에서 부담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이렇게 하여 약자를 보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제품(또는 서비스)이 시장에 소개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 가능하다. 

가끔은 기업이 원가를 따지지 않고 약자에게 제품을 제공한다. 기업 홍보의 성격도 있겠지만 그런 결단을 하는 기업은 그래도 존경받을 만하다. 이왕이면 제품화 초기부터 약자를 고려하는 마케팅이 이루어지든가, 국가에서 보험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 정부의 관련 부처 또는 기관에서 이렇게 약자를 위한 과학기술 제품을 제공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러나 많은 경우 기술의 개발 또는 제품의 개발은 부유한 이들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약자에게 필요한 기술과 제품의 개발은 수익성이 낮아 기업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다고 생각된다. 이것도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받 아들이기에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약자의 형편을 잘 이해하는 우리가 앞장서자 

가난한 나라,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생각하고 개발하여 실용화하여야 한다. 기업이 하기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하면 국가나 뜻있는 이들이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그들의 여건에 맞는 기술을 의미한다. *빌 게이츠 재단 등은 그런 일에 지원을 잘하고 있다. 또 UN관련 기관 등은 그런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엔 산하의 *국제백신연구소도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그런 일을 기획하고 연구하여 실용화하는 기관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적정기술연구소(가칭)와 같은 연구 기관, 사회적 기업, 단체 등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사)국경없는 과학기술 자회도 그렇게 탄생하였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최선은 아니다. 현재 상황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선책을 제시하고 실현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우리 지구촌이 더 살기 좋은 지구촌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래전에는 빈곤으로 고생하는 후진국이었다. 이제는 세계 톱 10 경제대국이 되었다. 우리는 가난을 경험했으므로 우리가 약자의 형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돕는 일에 앞장서면 좋겠다. 

 

*국제백신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취약지역 주민들이 백신을 활용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의 발굴, 개발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구호를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