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70%가 물로 덮여있지만, 바닷물을 제외하면 사람이 쓸 수 있는 담수는 3% 미만이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0억 명 가량이 식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친환경 적정기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항아리 속 바닷물을 가열한 고대기술
_고대 아프로디시아스의 알렉산더의 조수기
대양을 항해하는 많은 현대의 배에는 바닷물을 식수로 바꿔주는 조수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엔진의 폐열을 활용하거나, 전기를 이용해서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면 현대적인 조수기가 없던, 엣날 사람들은 바다를 항해하면서 어떻게 마실 물을 구했을까요?
지금도 작은 배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육지에 도착할 때마다, 물통에 물을 채워두는 것이었겠지요. 또, 마침 중간에 비라도 온다면 빗물을 받아서 저장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예정했던 일정에 물을 구할 수 없다면, 비상수단을 찾아야 했을 것입니다.
서기 200년경, 고대 그리스 아프로디시아스의 알렉산더(Alexander of Aphrodisias, 우리가 잘 아는 알렉산더 대왕하고는 다른 사람입니다.)는 그림을 통해 선원들이 비상시에 식수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항아리 안에 바닷물을 채우고, 그 입구를 스펀지로 막은 채 가열하면, 항아리 안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증발된 수증기가 스펀지 안에 맺히게 됩니다. 이렇게 젖은 스펀지를 짜내서 물을 마시는 것이지요. 첨단 기술이 없던 시절에 고안해낸 간단한 방법이지만, 목마른 선원이 한 모금 마시는 데는 유용한 기술이겠네요.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의 위력
_라스 살리나스의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
그러면 이런 기술은 현대에는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 쓰일 수 있을까요? 아쿠아메이트(Aquamate)는 보다 현대식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입니다. 평소에는 공기를 빼고, 작게 접어서 구명보트 등에 보관하다가, 바다에서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펼쳐서 바다에 띄워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검정색 바닥의 원통에 바닷물을 넣어두면, 태양열로 증발된 물의 수증기가 투명한 고깔 안쪽에 맺히고, 그렇게 흘러내린 물방울을 모아서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비상시가 아닌, 평소에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물이 생산되지는 않겠지만,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구명보트 안에서, 단기간 마시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태양열로 염수를 증발시켜서 수증기를 모은다고 해서, 꼭 이렇게 적은 양의 식수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서, 큰 규모의 물 공장을 만들 수도 있지요. 1872년에 칠레의 라스 살리나스(Las Salinas)에는 주변의 은광이나 질산 칼륨 광산 노동자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4,700㎡ 면적의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목재 프레임과 유리판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약 40여 년간이나 운영하면서, 하루에 약 23톤의 담수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적정기술, 물 부족을 해결하다
_아쿠아메이트
알렉산더가 살던 시기에는 땔감과 구리항아리, 스펀지는 있어도, 햇볕을 투과시키는 투명한 소재는 구하기 어려웠을테니(고대에도 유리는 있었지만, 매우 귀했다고 해요.) 태양열로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수증기를 모으는 담수기보다는 연료를 이용해서 딱 필요한 만큼의 마실 물을 구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현대라면, 투명할 뿐 아니라, 가볍고 접기도 쉬운 플라스틱 필름이 있으니, 접이식 튜브형 태양열 담수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고요.
라스 살리나스의 태양열 담수기는 아직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전에 만들었으니, 투명 비닐 필름이 아닌 유리판을 사용한 것이 당연했을 것입니다. 물론, 플라스틱이 개발된 이후에 태양열 담수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많은 양의 물을 수십 년간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닐 필름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유리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요.
이처럼, 고대에나, 근대에나, 그리고 현대에 있어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그 적용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각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적정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