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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흘린 땀,
내일의 영광으로!

양학선 체조선수
사진출처: 넷플릭스, 대한체육회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이자, 최근 화제인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양학선 선수.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체조선수로서 새로운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완벽한 피지컬을 찾아서

최근 양학선의 근황을 논한다면 <피지컬: 100>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양학선을 응원하는 해외팬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항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이 겹쳤던 터라 처음 섭외 요청에는 거절했죠. 아쉽게도 실수를 하는 바람에 선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피지컬:100> 측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때 아내가 ‘넷플릭스에서 하는 콘텐츠인데 나오면 좋지 않겠어?’라고 말해 출연을 결심했죠. (웃음)”

100명의 출연자 가운데 양학선은 자신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뽐냈다. 사전 퀘스트에선 약 15분 동안 구조물에 매달리는 활약을 했고, 두 번째 퀘스트 ‘모래 나르기’에선 최약체 팀에 속했지만, 체격 조건이 좋은 상대를 이기는 통쾌한 명장면을 선사하기도 했다. 방영 내내 해프닝도 있었는데, 영상물등

급위원회에서 <피지컬: 100> 주연 배우를 ‘양학선’으로 표기하는 바람에 우승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주변에서 우승했느냐고 많이 질문을 하셨는데, 결과를 발설할 수 없어 애를 먹었죠. (웃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재밌었고, 세트장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완벽한 피지컬에 대한 물음과 이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취지로 제작된 <피지컬: 100>. 양학선 선수가 생각하는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피지컬을 위해 순발력, 파워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체급’이라고 생각해요. 체급에 따라 순발력이나 파워를 낼 수 있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양학선으로 세계를 제패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 체조 금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보유하며, 현재도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인 양학선. 그의 체조 인생은 10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어요. 방과 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로웠죠. 그렇게 친형을 따라 체조를 하게 되었는데, 체조장에 나가는 자체로 재미를 느꼈습니다.”

당시 체조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양학선은 지도자로부터 유연성이 부족해 체조선수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학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평행봉 동메달을, 이듬해 링 금메달을 획득하며 유망 체조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갔다. 이후 양학선이 ‘도마’로 전향하게 된 배경에는 광주체중 진학 후 오상봉 감독의 권유 덕분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어요. 유연성은 부족하지만, 그만큼 몸이 딱딱하다 보니 탄력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 점을 눈여겨보신 은사님께서 도마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오상봉 감독은 양학선이 국제대회에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당시 고등학생 선수는 전국체전을 목표로 했는데, 오 감독의 권유로 양학선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학선은 첫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등을 했는데, 그 경험 덕분에 자신의 이름을 건 ‘양학선’ 기술1)을 만들게 되었단다.

“세계선수권대회 심판 선생님들이 모두 유럽분이셨어요. 사람이 사람을 채점하는 종목이다 보니 ‘내가 여기서 작은 실수를 하면 무조건 지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기존 여2(여홍철2) 기술에 한 바퀴 더 회전하는 ‘양학선’ 기술을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양학선은 ‘양학선’ 기술로 광저우아시안게임(2010)을 시작으로 도쿄세계선수권대회(2011), 런던올림픽(2012)까지 금메달을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난도 7.4라는 어려운 이 기술은 현재까지도 양학선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1) 핸드스프링(손 짚고 앞구르기) 이후 공중에서 1,080도(3바퀴)를 회전하여 정면을 바라보며 착지하는 기술

 

시련에도 꺾이지 않은 마음


런던올림픽 이후 ‘양학선’ 기술을 뛰어넘는 난도 높은 기술
을 준비하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던 양학선에게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했다. 양학선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죠’라며 당시를 담담하게 회상했다. 양학선은 2014년 처음 햄스트링이 파열되었다. 당시 뛰는 데는 무리가 없어 큰 부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후 1년에 한 번씩 크게 부상이 찾아왔다고.

2016년에는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리우올림픽 선발전을 기권하기도 했다. 당시 몸 상태는 최고조였는데, 몸을 풀 때 기본기를 하다가 다쳤다고. 또한 9년 만의 올림픽 출전을 앞둔 2021년에는 햄스트링이 심하게 파열되었는데, 부상뿐만 아니라 도마를 향해 달려가다 도약 직전 갑자기 뛰지 못하

는 트라우마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에 ‘조건부’로 발탁되었는데, 한 달 내에 ‘양학선’ 기술을 완벽히 수행해야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었다.

“체조 인생에서 가장 힘들게 준비했던 시절이에요. 다시 그 부담감과 트라우마를 이겨내라고 하면 은퇴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렵게 도전했었는데, 주변의 많은 분이 도와주셨죠. 한 연구원 박사님께서는 쉬는 날까지 반납하시면서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주는 체조


큰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완벽하게 기술을 수행하며 양학
선은 9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하였지만, 후보 1번으로 결선진출이 좌절되는 고배를 마셨다. 부상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부상과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수없이 은퇴를 고려했다. 그때 ‘주변 시선에, 성적에 눈치 보지 말고 체조를 하고 싶다면, 할 수 있을 때 즐겨라’는 아내의 말은 양학선에게 큰 힘이 되었다.

양학선은 큰 꿈이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계속해서 목표를 가져다주는 것이 ‘체조’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부산시체육회 실업팀으로 소속을 옮겼는데, 양학선은 자신과 팀 색깔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니 운동이 잘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현재 팀은 전국체전을 우선시하는 만큼, 국제대회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부산에서 마음을 편히 먹고 운동을 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겠다 싶었죠.”

올림픽을 주기로 체조 규정이 변경되는데, 양학선 선수가 주로 구사하는 기술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서 다른 그룹의 기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올해 제 목표는 전국체전을 포함해 국내 체조대회에 출전해 1등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그룹의 기술을 계속 선보여 완벽히 구사할 수 있게끔 할 것입니다.”

체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는 종목인 만큼, 양학선은 힘들 때마다 생각하는 말이 있다. ‘오늘 흘린 땀은 내일의 영광.’ 오늘 힘들게 흘린 땀들이 쌓여 찬란한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기에 오늘도 양학선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끝으로 양학선은 꼭 해주고 싶

은 말이 있다고.

“재능은 타고나야 한다잖아요. 따지고 보면 저는 유연성이 부족해 체조선수로 적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평행봉과 링을 거쳐 ‘도마’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여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의 분야에서 잘 맞는 부분을 찾아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