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던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는 법적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정년과 은퇴가 끝이 아닌 인생 2막을 여는 문이 되어준다면 어떨까. 문 밖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발견한 현장을 찾아가 본다.
업사이클링과 시니어 일자리의 만남 우리동네 ESG 센터
‘우리동네 ESG 센터’는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시니어 일자리’라는 콘셉트로,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협력하여 친환경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해낸 첫 사례다. 협력업체로는 부산광역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마트,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부산도시공사, 롯데케미칼, 코끼리공장 등이 있다.
플라스틱 장난감과 병뚜껑, 플라스틱병, 페트병 등을 가지고 센터를 방문하면 kg당 100포인트의 리워드가 지급된다. 포인트로는 센터 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굿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버려진 장난감과 어르신들의 사회적 처지는 어쩐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곳의 어르신들은 다시 한번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다.
ESG는 원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센터는 거기다 ‘Eco Senior Group’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더했다.
시니어 일자리는 보통 담당자가 존재하고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의 조직도는 조금 특별하다. 각 조가 있고, 조별로 조장 어르신이, 그 위에 팀장 어르신이, 또 그 위에 전체 사업단장이 있다. 담당자는 큰 틀만 제공해줄 뿐, 어르신들이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격주로 진행되는 조별 회의,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이 다 모이는 월간 회의가 있다. 이 공간 자체를 주체적,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건 바로 어르신들이다. 책임자들은 업무별로 어르신들이 가지고 계신 지식을 전달받거나 적극 활용한다. 센터에서는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어르신들도 사회에서의 자리를 잃으셨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탄생하여 인생 2막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금정구 동현로 67 1층 운영시간 : 주중 09:00~18:00 / 주말 10:00~17:00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꾸려가는 공간 동백 베이커리


부산 사상공단 인근에서 달콤한 빵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특별한 카페가 있다. 바로 ‘동백 베이커리’다. 이곳은 ‘사상시니어클럽’과 사회적 기업 ‘서양다과제작소’가 함께 만든 세대 융합형 카페이다. 어르신들은 주로 서빙을 담당하지만, 일정한 교육 후 음료를 제조하실 수 있는 분들은 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이렇듯 원하는 분들에 한해 배우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김성현 대표는 야외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저분들도 원래는 다 자기 직업이 있으셨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노년에 열악하게 근무하고 계신 모습을 보고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사상시니어클럽과 인연이 닿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진심이 통한 결과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지금의 동백 베이커리다.
동백 베이커리에서는 노련하게 업무를 처리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청년들이 많이 배우고 느낀다고 한다. 청소나 정리도 어르신들이 훨씬 더 꼼꼼하게 하시고, 손님을 응대하는 것조차도 더 친근하게 다가가 주신다고 한다. 손님들도 푸근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어르신들에게 음료와 빵이 맛있다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2층 건물 한편에는 동백 베이커리에서 새롭게 만든 ‘동백감성문구점’이 오픈 막바지에 다다랐다. 동백감성문구점에서는 어르신들이 물건 진열을 도와주시고, 정리나 결제도 맡아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은 처음에는 8평짜리의 작은 잼 가게로 사업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조금 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성현 대표의 최종 목표는 어르신 일터를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구마다 하나씩 ‘동백 베이커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어르신과 청년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어르신들의 설 곳이 점차 늘어나 부산시 곳곳에서 ‘동백 베이커리’를 만나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사상구 사상로 475-14 1층 운영시간 : 주중 10:00~24:00 / 주말 10:00~02:00
어르신들의 삶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동의대 드론 봉사단
50~60대가 모여 드론으로 인생 2막을 여는 드론 봉사 단체 ‘동의대 드론 봉사단’이 있다. 현재 신중년 60명이 활동하고 있는 드론 봉사단은 군과의 합동 훈련, 환경 개선을 위한 바닷가 순찰, 조난자 구조 활동, 쓰레기 혹은 불법 어선 수색, 산불 사태 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봉사단은 ‘50+생애재설계대학’에서 배운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창단되었다.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분이 삶에 새로운 활력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중년이 그동안 먹고 사는 데에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발견하기 위해 봉사단을 찾는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어려워 하지만, 개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통해 점차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고. 실제로 교육 과정을 수료한 분들 중에서 삶에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연락을 보내오시는 분들도 많다.부산시는 바다를 끼고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드론 봉사단은 부산시와 해양을 지키는 일에 솔선수범하며 매주 각 구·군을 다니고 있다. 앞으로 드론 사업이 사회에 핵심적인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봉사단의 목표이자 과제가 아닐까.
그런 날을 준비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봉사단의 목표이자 과제이다.
봉사단의 활동 중 장애인학교 방문이 있다. 실내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소형 드론을 가져가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하는데, 아이들이 이 활동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은 대원들이 직접 끌어안고 가르쳐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돌아가는 날이면 봉사단의 마음에도 꽃이 핀다.
봉사단의 활동은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져 수료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부산시 ‘드론 안전 관리단’ 취업 기회도 열려있다. 드론 학습 경험으로 학원을 운영할 수도 있고, 드론 건설 현장이나 드론 촬영 기법을 사용하는 영화사 등의 취업 기회도 있으므로 새롭고 멋진 인생 2막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부산진구 엄광로 176 동의대학교 평생교육원
연구실 : 051-890-2979 / 드론 봉사단 단장 : 010-3048-8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