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불변의 이치를 바탕에 두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사단법인 빛을나누는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는 그들의 손에는 ‘문화예술’이라는 특별한 선물이 들려있다.
꽃이 피고 꽃을 나누고
“저는 봉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은 나눔이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줬더니 상대방은 저에게 웃음을 주었고, 그렇게 함께 행복해지는 거예요.”
시민봉사단체 빛을나누는사람들(이하 빛나사) 박상애 대표는 장애인협회에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장애인 복지 관련 활동만 해오다가 이런 활동에 ‘문화복지’를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5년에 직접 빛나사를 꾸렸다. 그리고 성악을 했던 박상애 대표는 빛나사와는 별개로 ‘그 시절 부산의 노래’라는 클래식 공연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런 무대가 바로 문화 복지라는 것을 깨닫고 2020년에 ‘시니어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시니어오케스트라 단원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며 현재 활동 중인 최고령 단원은 무려 87세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40여 명 모두 전공자입니다. 시향에 계시다가 퇴직한 분들뿐만 아니라 현재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이거나 교수인 분도 계세요. 요즘 연주자들 사이에 퇴직하면 빛나사로 가야 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요.”
박상애 대표가 시니어오케스트라를 기획한 건 연주자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예술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오로지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기쁨을 느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연주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니 연주 색깔도 달라지더라고요. 시니어오케스트라는 멈췄던 꽃이 새롭게 피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연주를 끝내고 옛일을 추억하며 마시는 막걸리 한 잔 때문에 모인다는 시니어오케스트라. 그들의 꽃은 무대에서만 한정되어 피어나는 게 아니다.
*사단법인 빛을나누는사람들: 국내외 구분 없이 사회 전반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와 교육을 통해 봉사하는 시민봉사단체이다.
연주가에서 활동가로
시니어오케스트라가 문화 복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즉, 돈을 받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연주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돈을 받지 않는 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냐는 말도 들었지만, 박상애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가는 예술 플러스’, ‘예술 학교’ 등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 중이다.
“초, 중, 고등학교에 가서 동요를 연주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동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고, 세대 간 교감을 통해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빛나사는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조용히 진행하고 있는데, 해외로 봉사 체험 활동을 가기도 했다. 이 활동도 시니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맡고 있다. 시작은 연주자였지만 어느 순간 봉사자, 활동가가 되어 있는 그들은 자신이 공부한 것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음악 하길 참 잘했다’, ‘이런 게 진짜 행복이구나’를 실감했다.
박상애 대표는 자신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뒤늦게 음악을 공부하면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복지가 무엇인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껏 기획한 일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박상애 대표. 그런 그와 시니어오케스트라의 행보는 ‘빛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처럼 사회 곳곳에 빛을 밝힐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