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새해가 되면 금연이나 금주 그리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이어트는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비생활은 어떨까?
무분별하게 지출한 배달음식·외식비용으로 엥겔지수가 지나치게 상승했다면 새해에 다이어트를 하는 김에 엥겔지수도 낮춰보자.
몸의 건강과 더불어 소비생활의 건강까지, 일석이조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엥겔지수란
소득에서 외식이나 배달음식과 같은 식생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과도한 엥겔지수, 문제의식 갖자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지난 3년간 우리의 일상을 옭아매던 모든 제한이 풀렸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의 모습을 많이 바꿔 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높아진 엥겔지수다.
엥겔지수란 소득에서 외식이나 배달음식과 같은 식생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재택근무까지 일상화되면서 집 밖을 나가는 일이 적고 배달음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식생활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배달음식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조리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또 외식을 위해서 외출하는 번거로움 없이 음식물을 내 식탁까지 원스톱으로 대령하는 것이니 그야말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편리함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는 생각보다 크다. 우선은 우리 몸의 움직임을 적게 하니 같은 칼로리의 음식이라도 살이 찌고 건강에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음식값에 배달비용까지 우리 지갑을 더욱 더 얇아지게 하니 건강한 소비생활에도 적신호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포장재 등과 같은 환경 문제까지 고려하면, 배달음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정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제는 몸의 다이어트로 건강을 챙기는 일과 더불어 높아진 엥겔지수를 낮추고 건강한 소비생활을 하는 일석이조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엥겔지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식생활 비용에 돈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관한 것은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의 소득이 영원하지 않다는 전제를 생각해보고 이 문제를 다루면 더욱 공감이 갈 것이다.
우리의 소득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평생 300~400회 정도의 월급을 받으면 소득이 끊어진다. 최근 높아진 평균수명을 생각해보면 60세까지 일한다고 해도 평균수명 90세 기준에서 소득 없이 생활하는 시기는 족히 30년에 가깝다. 그것은 지금의 소득이 현재의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절대 아니란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 우리의 소비는 적절한 기준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그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엥겔지수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스로의 엥겔지수와 비교하면서 생각해 보라. 보통 소득이 높아질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는 성향이 있는데 이것은 식생활 비용은 고정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에 따라서 식생활 비용이 정비례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부자라고 하루 10끼를 먹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월 소득 350만 원 미만인 1인 가구라면 엥겔지수는 20% 이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소득 300만 원이라면 식생활 비용으로 6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300만 원보다 훨씬 더 적은 소득이라도 최소 50만 원은 필요할 것이다. 이보다 소득이 높아서 350만 원에서 700만 원 미만이라면 엥겔지수는 15% 이내가 바람직하다. 이정도면 월급 500만 원인 1인 가구의 경우 식생활비로 1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월소득이 700만 원 이상이라면 엥겔지수는 10% 수준으로 낮아져도 된다.
그렇다면 2인 가구나 3인 가구의 경우는 어떨까? 식생활비용은 고정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구원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엥겔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보통 2인 가구라면 1인 가구의 엥겔지수에 플러스 5% 수준, 3인 가구의 경우 플러스 10% 수준이 적당하다.
그러니까 2인 가구라면 350만 원 미만은 25%, 350만 원에서 700만 원 미만은 20% 수준, 700만 원 이상은 15% 수준이 바람직하고, 3인 가구의 경우 350만 원 미만은 30%, 350만 원에서 700만 원 미만은 25%, 700만 원 이상은 20%면 족하다.
엥겔지수를 낮추기 위한 식생활비 3종 예산
_식생활비 3종 예산
우리는 가끔 이런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살기 위해서 먹는가?” 아니면 “먹기 위해서 사는가?” 흔히 ‘먹고 산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과거 지독한 가난 때문에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삶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단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먹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이므로 생명 연장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그 자체로 문화가 되어 발달되고 그에 따라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적절히 절제되고 제한되어야 그 가치가 더 발휘되는 법이다. 건강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엥겔지수를 적절히 낮출 필요가 있다.
우선 한 달을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는 총 90끼를 먹고 거기에 간식까지 더하면 먹는 횟수는 월 120끼 정도는 된다. 이중에 120끼 모두를 음식문화로 접근해서 특별한 식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벼운 아침식사, 직장에서의 점심식사 또 집에서 조리한 식사처럼 통상적인 식생활비용에 대한 예산을 만들어 보자.
아울러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위한 외식예산과 배달예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자신의 적절한 엥겔지수를 쪼개서 식료품 구입 예산, 외식 예산, 배달 예산을 정한다면 식생활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산은 어떠한 소비를 무조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 한 번의 만족과 효용을 높여주는 마법과도 같은 방법이다. 지금 떡볶이나 치킨이 땅긴다면 바로 외식과 배달 예산을 확인해보라.
예산이 남아 있다면 지금 주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특별한 식사를 즐기면 된다. 소비의 금액과 만족은 절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