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블록체인은 지금까지의 기술과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화폐 중심의 생태계는 가상자산이 병용되는 혼합금융 생태계로 진화할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기대
2017년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열풍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을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코인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루나 사태 등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여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에서는 증권형 토큰 발행을 전격적으로 허용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사이버 화폐로서 중앙은행이 아닌 블록체인 참가자 중 누구라도 일정 조건에 따라 발행할 수 있는 민주적 화폐이다. 공식에 따라 전체 화폐 발행량이 정해지며 이자율이나 운영 규칙도 참가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중앙은행의 자의적 결정에 따른 화폐 발행이 남발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한 국가에 귀속된 화폐가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통용될 수 있는 화폐이다.
블록체인의 핵심, ‘공유’와 ‘합의’
블록체인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공유’와 ‘합의’로 들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 모든 참여자들은 네트워크에서 동일한 권리를 가지며 전체 블록체인 참여자 간 합의에 의해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중앙 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통적인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에 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중앙서버 없이 참여자 간 합의에 의해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노드1)에서 동일한 정보를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에서는 ‘합의’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해킹 등과 같은 어느 한 참여자의 단독적인 불법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수정이 불가능하며, 데이터를 업로드하려면 50% 이상의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데이터를 새로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도 다시 네트워크 구성원의 ‘합의’가 있어야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한 명이 데이터를 위·변조하더라도, 구성원들과 다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원본 데이터로 돌아오게 된다. 블록체인은 기존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시작하였으며, 코인 등의 가상자산이 블록체인으로 발행되면서 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금융기관 보안성을 높일 블록체인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면서, 금융 생활에도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이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STO2) 허용 및 허용기준 예고를 바탕으로 증권형 토큰이 발행될 것이다. 증권형 토큰을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금전적 가치를 지닌 유·무형의 자산이 토큰화 될 수 있다. 또한 증권형 토큰은 기존 주식을 발행하는 것에 비해 비교적 용이하고 신속하게 기업 자금 조달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래의 신속성, 용이성, 24시간 거래 등의 장점으로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블록체인으로 구현될 STO가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개인의 소액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또한 코인은 국가의 통화시스템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해외 은행 간 송금에 적용하여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송금을 구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조건이 충족되면 거래가 자동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개인 간 금융 거래, 금융기관과의 계약 등 다양한 금융활동에서 계약이 이행될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도 블록체인의 불변성을 이용하여, 계약서 등 위·변조에 주의해야 하는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하여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
블록체인은 지금까지의 기술과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아직 발전단계이므로 실제 산업에 응용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지만, 기존 시스템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와 한계 극복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다. 금융산업 또한 그간 화폐 중심의 생태계에서 가상자산이 병용되는 혼합금융 생태계로 발전 및 진화될 것이다. 이미 1,000만 명에 육박하는 MZ 세대를 비롯한 청·장년층의 금융소비자들은 그들의 금융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적극적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은행, 증권 및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상자산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가상자산 금융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1) 노드 :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1개의 기기
2) STO :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실물자산과 연계된 증권형 토큰
(ST)을 발행해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