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명환
고명환을 보면 다재다능 ‘만능캐’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개그맨을 시작으로 배우, 요리사, 사업가는 물론 강연에 이어 작가까지!
몸이 하나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건강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주고 싶다는 배우 고명환을 만나보았다.
독서, 인생 2막을 열어주다
고명환 인생의 큰 전환점을 꼽자면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교통사고’이리라. 개그맨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고명환은 배우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었는데, 2005년 드라마 <해신>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오던 중 15톤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이틀 안에 죽는다고 했었죠. 죽음 앞에 섰을 때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딱 두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는 ‘남’을 사랑하지 못한 것과 또 하나는 ‘나’로 살지 못했다는 것이었죠.”
고명환은 병실에서 누워있으면서 딱 한순간이 떠올랐다. 대학 재수를 위해 하루 17시간 동안 공부했던 4개월. 고명환이 34년 인생 동안 ‘나’로 살았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보면 돈키호테가 50살에 모험을 떠나요. 16세기 당시 평균수명이 42~43세였으니까, 오늘날로 치면 100살 즈음 되었죠. 그 백 살 노인이 산속으로 들어가요. 들짐승을 만나 죽을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때 돈키호테가 깨닫죠. ‘내가 모험가로 태어났구나!’”
죽음 앞에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 고명환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며 새 삶을 살 기회를 누리게 되었다. 다시 주어진 삶은 ‘나’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대체 타인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나’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의 끝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결되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명환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독서’였다.
“책을 읽으면 사유의 시선을 높일 수 있어요. 과거 제갈량이 적벽대전 때 동남풍이 불 것을 미신을 통해 알았던 게 아닙니다. 지구와 별의 움직임을 보고 파악했죠. 이는 책을 읽고 사유의 시선을 넓힌 덕분에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던 고명환의 인생 2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유(思惟)를 즐기다
고명환 인생의 동반자인 ‘책’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여 책을 정의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백번 공감해요. 나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 가장 유용한 책이죠. 가령, ‘돈 벌고 싶다, 명환아! 그런데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으면, 해답을 줄 책을 찾으면 됩니다.”
고명환은 질문이 떠오른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방문한다. 그리고 책 제목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반드시 해답을 줄 책이 눈에 띈다고. 그다음은 소제목을 본 뒤 내용이 적합하다면 읽고 생각하고 또 다른 책을 찾아보길 추천했다. 궁극적으로 질문을 통해 사유의 독서력을 길러야 할 것을 고명환은 재차 강조했는데, 이는 시대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여가 생활의 90%를 인문학을 읽는 데 투자합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 전쟁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을 겁니다. 인간의 삶은 빅데이터가 있거든요.”
역사에서 전쟁은 무수하게 있었다. 침공한 쪽 혹은 방어한 쪽이 승리했는지, 휴전 후엔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거대한 흐름이 있기에 독서를 통한 깊이 있는 사유를 하면 자연스레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고명환에게 인생책을 묻자,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라며 장난스레 호통을 쳤다.
“사람마다 시기와 상황에 맞는 책이 있기에 어느 한 권을 인생책으로 정의할 수 없죠. (웃음) 그래도 꼽자면 최진석 작가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추천하고 싶어요. 인문학은 인간이 그려온 무늬를 그려보고 인간이 그려나갈 무늬를 예측하는 학문인 만큼 이 책은 사유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고명환은 독서를 통해 장사를 알게 되었고 가게 홍보와 운영 철학에 대한 큰 도움을 얻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짧게라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사유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삶
고명환은 그동안 쌓아온 생각법, 독서법, 장사법을 응집해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출간하였다.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이 책을 쓸 당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집필할 당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라고 완료형으로 확언했죠. 처음엔 저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계속 확언하다 보니, 뇌가 ‘너는 지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잖아? 그럼 쓴 글에 대해 더 교정하고, 책을 읽어!’라고 지시하더라고요. 뇌가 불러낸 열정으로 책을 썼는데, 진짜 제가 확언했던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뇌를 속여 내가 스스로 믿게 해 행동하도록 매일 ‘긍정확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있다. 400일 넘게 이어온 습관인데, 사유할 수 있는 한 문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엔 긍정확언을 외치며 마무리하는 5분 남짓한 영상이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명환의 유쾌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를 따라 긍정확언을 외치기도 한단다. 고명환은 남을 위한 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공자가 말했어요.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식당 화장실 청소 등 직원들이 하기 싫은 일을 제가 먼저 했어요.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웃으면서 하니, 진짜 즐거워지더라고요. 남을 위해 일할 때 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남을 위해 낮아진다면 행복한 일들이 뒤따라올 것이라는 고명환. 죽음 앞에서 ‘나’로 살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누구보다 ‘나’답게 삶을 살아가는 만큼 남은 생은 ‘남’을 더욱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자신의 달란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고명환의 최종 꿈은 ‘도서관’을 짓는 일이다.
“도서관은 ‘엉망진창 도서관’ 혹은 ‘시끄러운 도서관’이 될 거예요. 책을 읽으며 옆 사람과 토론하고 떠들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죠. 다른 한 공간에는 요리도 대접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거예요. 제가 음식을 잘 만들거든요. (웃음) 고민 있으신 분들이 오셔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죠. 고민을 얘기할 때 비로소 문제도 해결되거든요. 그런 도서관을 만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