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견인하는
지속가능금융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현재 금융기관들은 자체적으로 ESG 가치가 경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면서 ESG를 지향하는 지속가능금융을 통해 거래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위기에 직면한 금융기관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대세가 된 발원점은 투자자들의 압박이다. ESG를 잘 못 하는 기업이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은 경영 관여를 통해 기업에 ESG 경영을 본격화하도록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자 못지않게 기업이 ESG 경영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는 곳은 바로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은 자체적으로 ESG 가치가 경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면서 ESG를 지향하는 지속가능금융을 통해 거래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려준 기업들이 직면한 기후변화 리스크를 주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여파에 따라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금융기관이 직면하는 위험은 크게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으로 나뉜다. 물리적 위험은 기상이변이나 재난 등으로 금융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전환 위험은 저탄소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생산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관련 기업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이 전환 위험의 예이다. 전환 위험과 관련해 가치가 급락하는 자산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라고 한다.

 

ESG 성과 우수 기업 세제 혜택 검토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어느 정도 노출 돼있을까?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77개 업종 중 ‘고탄소 산업’으로 분류된 업종은 1차금속, 석탄발전, 비금속 광물제품, 화학물질 등 9개이다. 이들 고탄소 업종에 나간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규모는 2020년 12월 기준 411조 원으로 기업에 대한 전체 자금지원의 17.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만큼 금융기관은 리스크에 노출된 대출 자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SG 경영 측면에서 금융기관은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다. 먼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채권 인수 사업에 참여 중단을 결정하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적도원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 사회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자발적 협약으로 세계적으로 11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가입해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적도원칙을 위반해 환경적, 사회적 리스크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한편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한다든가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는 대출이자를 깍아주는 등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순이자 마진 감소 등을 가져올 수 있어 금융기관으로선 부담스런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우대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SG 경영에는 금융기관 역할이 중요해

중앙은행도 기후변화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을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할 때 잡는 담보에 녹색 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외화자산을 운용하면서 ESG 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 국내 금융기관의 ESG 금융규모는 2021년 기준 787조 원으로 한 해전보다 29%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금융기관의 ESG 경영은 일차적으로 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돈을 빌려간 거래기업에 대한 ESG 경영 주문은 투자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ESG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금융기관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