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새해
재테크 계획은
이렇게

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직장인들의 지갑은 계속 얇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종자돈 마련이 시급한 사회초년생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슬기롭게 재테크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 어떻게 계획을 세울까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지난 50년간 정부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올해 경제는 그동안의 가파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둔감한 편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당장 월급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된다면 직장인들의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임금의 실질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런 퍼펙트 스톰이라고 불리는 복합적인 경제위기를 통과해야 하는 한 해를 시작하며 지금 직장인은 어떤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할까?

 

1. 先저축목표 後소비예산의 프로세스를 지켜라

1년 중 담배와 술 판매량이 가장 많이 감소하는 달은 1월이고 반면에 가장 많이 증가하는 달은 그 다음 달인 2월이라고 한다. 새해 금연이나 금주 또는 운동 등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새해 계획에는 항상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그럴바엔 아예 새해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계획이라도 계획조차 안 세운다는 것은 실패를 확정 짓는 것이며 마치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작심삼일을 경험했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더 작심, 또 작심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면 새해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우선 한 해 동안 받게 될 소득 중에 몇%를 저축할 것인지 ①저축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최우선의 계획이다. 먼저 소비를 하고나서 남는 금액이 있다면 저축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사회초년생은 소득 이외에 아무런 자산이 없는 시기이므로 종자돈 마련이 시급한 시기다. 따라서 재테크의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저축 후소비인 것이다.

만일 연소득의 몇%를 저축할 것인지가 정해지면 ②소비예산은 자동으로 주어지게 된다. 즉, 소비 예산은 얼마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선저축 후 남은 금액 중에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 된다. 즉 저축목표, 그 다음 소비예산을 세우는 과정이 사회초년생들의 가장 중요한 새해 계획의 프로세스인 것이다.


_새해 계획의 프로세스

 

2. 저축계획은 정기적금, 소비예산은 정기와 비정기 소비로 나눠라

저축목표가 정해졌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기적금 위주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직장인은 항상 동일한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은행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강제성을 가진 정기적금이야 말로 단 시간 내에 목돈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저축이다.

* 월 정기소비예산 만들기

고정지출(교통·통신비·식사비용 등) + 변동지출(외식·쇼핑·문화생활비 등)

* 연간 비정기소비예산 만들기

여행·이벤트·명절·겨울옷(별도 통장에 매월 적립해 사용) (월 소득 1~1.5배 이내 적합)

 

소비예산은 매월 사용하는 정기소비와 연간 특정한 달에만 사용되는 비정기소비로 나눠 예산을 세운다. 매월 사용하는 정기소비는 교통·통신비·식사비용 등과 같은 고정지출과 외식·쇼핑·문화 생활비와 같은 변동지출이 있는데 매월 동일한 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항목별로 소예산을 세워놓으면 도움이 된다. 아울러 특정한 계절에만 소비되는 비정기지출에는 여행·이벤트·명절·겨울옷 등이 있는데 따로 통장을 만들어서 그 예산을 매월 모아서 사용해야만 한다. 비정기지출은 보통 자신의 월 소득 1~1.5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다.

 

3. 저축목표에서 예·적금도 엄연한 투자 중 하나임을 명심하라

2022년에는 주식과 부동산 모두가 큰 폭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흔히 약세장에서는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투자를 쉬는 것이 낫다는 뜻에서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투자시장의 격언이 있는데 이 말이 정말로 맞는 상황이 되고만 것이다.

자산시장은 경기의 변동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번갈아 왔다갔다하며 큰 흐름이 바뀌는데 이제는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다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매우 강해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럴 때는 투자시장에 굳이 머무르려 하지 말고 현금이라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2021년 9월 한 경제신문TV에 출연해서 이 같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코스피는 3,160포인트였는데 그동안 상승으로 수익이 어느 정도 났다면 당시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이라는 악재를 앞두고 있으니 현금도 하나의 종목이라고 생각하고 현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만일 그때 그 조언을 받아 들여서 당분간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늘리기 위해 당시 높은 수익을 현금화 했다면 지금의 엄청난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예·적금을 통해 목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또 다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투자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중요한 열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지금은 도끼질을 할 때가 아니라 도끼의 날을 갈아야 할 때다

2023년은 아마도 지금까지 눈으로 목격한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금리에도 여전히 예·적금에 집중하는 일을 망설이는 직장인이 많다. 각종 언론에서 인플레이션을 부르짖는 시대에 예·적금과 같이 현금에 투자하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이 되어서일 것이다.

아울러 최근 주식과 같은 자산 가격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란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니 장기적으로는 화폐보다는 실물 자산이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사전적 개념이 아니라 사후적 개념이다. 계속 금리를 올리면 기대인플레이션은 낮아지기 때문에 실제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우하향의 추세가 확실하다. 바로 직장인이 올해 저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실질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실질금리는 바로 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값을 말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시장(대중)이 앞으로 발생할 물가상승을 예상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이것이 높으면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제 기대인플레이션은 꺾여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산시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꺾인 지 오래고, 실물경제인 재화나 서비스 가격에서도 차츰 낮아지고 있다. 특히 2023년 한 해는 금리가 정점을 찍으며 실질금리는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예·적금 금리는 고작 4~5%가 아니라 실제로는 훨씬 큰 경제적 효과일 수 있다. 2021년에는 명목금리는 낮고 기대인플레이션은 높았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지만 2022년에는 명목금리가 상승하며 실질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이런 추세가 최고점에 다다를 것이다.

 

* 실질금리 : 명목금리(표면금리) - 기대인플레이션

 

현재의 자산시장은 폭풍우가 부는 바다와 같다. 이런 때 어부들은 잠시 조업을 멈추고 배를 정박하고 쉬게 되는데 이런 휴식기에는 마냥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그물을 손질하며 다음 출항을 대비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너무 떨어진 자산시장을 보면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가파른 하락에 기술적인 반등은 나올 수 있겠지만 실질금리가 높아지는 때에 대세 상승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자산시장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것보다는 현금이란 실탄을 모으면서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언젠가 폭풍이 거치고 맑은 하늘이 나오게 된다면 다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시장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때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선점하게 된다. 최근에는 은행권별로 금리를 실시간으로 비교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많다. 금리인상의 속도가 빠른 만큼 너무 긴 장기 상품보다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예·적금을 가입하는 저축계획을 세워 보자. 2023년은 잠시 도끼질을 멈추고 도끼의 날을 예리하게 갈며 내일을 대비하는 때로 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