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삶 대표이사 이지영 공간크리에이터
새해를 맞이하면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고자 ‘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저 깔끔하게 치우고 수납을 잘하는 것이 정리일까. 이지영 대표는 사람 중심의 가치 있는 공간 창출을 통해 정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지영 대표는 tvN ‘신박한 정리’에 출연해 정리의 미학을 보여주었으며, 현재 (주)새삶 대표이사로 사람 중심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는 공간크리에이터다.
인생 정리를 통해 만난 ‘정리’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집 공간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집 안의 물건 때문에 자신의 공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자니 아깝고 쌓아두자니 공간이 좁아지다 보니 ‘정리’의 필요성을 더욱 체감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는 정리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하고 마법 같은 정리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즌2까지 방영 되었는데, 그 중심에 이지영 대표가 있었다.
이지영 대표는 정리컨설팅 창업 이전에 유아교육을 전공하며 15년가량 현장에 있다가 30대 중반 무렵 국가 산하 기관에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정규직 전환과 정년 보장까지 꿈꾸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계약만료였다.
“그때가 서른아홉이었어요. 마흔을 목전에 두고 다시 유아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결단했습니다. ‘이지영의 전공을 정리’하자고 말이죠.”
유아교육 전공을 선택한 건 대학 입학 당시 IMF시기였고,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였다. 이지영 대표는 전공을 정리하고 나니 ‘내가 가장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게 ‘정리’였던 것.
“정리를 업으로 삼기까지 일말의 고민도 없었어요. 어릴 적부터 정리를 잘한다는 소리를 무수하게 들었거든요. 오죽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정리이죠.(웃음)”
정리는 남의 집 일을 해주는 게 아니냐며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지영 대표는 자신 있었다. 그는 창업 초기에 무료 공간컨설팅을 해주는 조건으로 후기를 작성해줄 블로거를 모집했다. 성심성의껏 정리한 공간을 보고 크게 만족한 고객이 정성스럽게 후기를 작성해줬는데, 그 덕분에 하루 만에 12건의 일이 성사되기도 했다. 그렇게 이지영 대표는 정리를 통해 인생 2막을 열게 되었다.
본질에 충실한 정리 정돈
정리와 관련한 직업은 이전에도 존재했는데, 이지영 대표만의 차별화된 정리는 무엇일까.
“기존 정리 개념은 수납에 중점을 두는데, 이건 일본 문화예요. 일본은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이 앞서 있었기에 수납만 잘해도 정리가 되죠. 이 문화가 한국에 넘어오면서 ‘어떻게 넣고 개느냐’가 우리의 정리 기준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정리 정돈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로 하지만, 정작 집 안에 나를 위한 공간이 없다. 가령 주부들의 개인 공간을 주방으로 생각하는데, 아니다. 안방은 엄밀하게 부부의 공간이다. 이렇게 세밀히 보면 결국 남편의 공간도 없는 셈이다.
“가족 개개인의 공간을 마련해야 모두가 행복을 느낍니다. 구성원마다 취향을 살려주고, 그 사람이 오롯이 나만의 장소라고 느낄 한 공간과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거죠. 정리 컨설팅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이 ‘따로’와 ‘함께’입니다.”
이를 위한 정리의 시작은 ‘비움’이라고 이지영 대표는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건을 많이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나라 면적도 작고, 집 평수도 한계가 있다 보니, 물건을 쌓아두면 그만큼 공간이 사라지는 거죠. 즉 ‘죽어있는 공간’을 자신이 원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선 비워내야 합니다.”
비움으로 정리를 마쳤다면, 새로운 공간을 ‘정돈’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 대표만의 신박한 마법이 펼쳐진다. 가령 주방에 있는 식탁을 거실로 옮긴다던가, 책장을 눕혀 사용하는 등 남아있는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공간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수납할 바구니 하나 사지 않고, 옷걸이를 바꾸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집이 달라지냐고 많이 질문하시는데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물건을 비워내는 ‘정리’와 내가 쓸 물건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배열하는 ‘정돈’. 정리 정돈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죠.”
비워내는 ‘정리’를 통해 죽어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가구의 고정관념을 부수는 ‘정돈’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이지영 대표. 그가 창직해 상표출원까지 한 ‘공간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이지영 대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주는 단어인 셈이다.
새 삶을 살아갈 사람들을 응원하며
비움이 정리의 시작이라곤 하지만, 막상 물건을 버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지영 대표 역시 그러한 고객을 무수히 만나왔다.
“사람들이 저마다 물건을 소유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하던 가족의 유품,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물건, 이러한 물건을 버리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죠. 그래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고객을 설득하기 이전에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위로해줍니다.”
이지영 대표가 고객에게 항상 하는 말은 ‘애썼다’이다. 애쓰며 인생을 살아온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주고 나면 모든 고객이 물건을 비운다고.
“이후 고객들에게 잠시 외출하고 오시라고 권해요. 물건을 비워낸다고 애쓰셨으니, 제가 보답해드려야 하잖아요. ‘언니가, 딸이 대신 치워놓을게요.’라고 말씀드리죠. 정리된 집을 추후에 보여드리는 건 방송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입니다.”
이지영 대표는 수많은 공간과 사람들의 인생을 만나며 정리 해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정리로 배우 장광의 딸 미자씨와 개그맨 정은표의 아들 지웅군의 방 정리를 꼽았다.
“미자씨는 시집을 가는 게 가족의 염원이었어요. 이를 위해 미자씨 방을 입구 쪽으로 보내 가족과 분리시켰죠. 또 지웅군은 공부하기 좋은 환경으로 공간을 정리했고요. 이후 미자씨는 결혼을, 지웅군은 서울대에 입학했어요. 제가 정리해준 방에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잘되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회사명 ‘새삶’의 ‘삶’에는 인생과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정리를 통해 변화된 공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새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이지영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몇 해 동안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이지영 대표. 그의 새해 목표는 ‘여행’이다.
“그렇지만 계속 쉴 수는 없으니 여행지에서 정리를 해주고 싶어요. 저는 이글루에서도 공간을 창조할 수 있거든요.(웃음) 세계 각지에 지내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이 지내는 공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지영 대표는 전공 정리를 시작으로 대구에서 창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서울에 회사를 차리는 등 정리를 통해 삶이 달라졌다며, 새해를 맞이해 물건 정리를 적극 추천했다.
“새해 목표로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누군가는 인맥을 혹은 생각을 정리하고픈 사람도 있을 테지만, 가장 쉬운 정리는 물건 정리입니다. 물건을 정리하면 나의 공간이 달라져 있고, 공간이 달라지면 기분이 달라지고, 이후 내 삶은 분명 달라져 있어요. 그러면 모든 분들이 소망하시는 꿈을 새해에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