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사회·경제 트렌드를 미리 점쳐 주목받는 <트렌드 코리아>의 2023년판이 출간되었다.
세계 경제의 완연한 둔화 또는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도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이 책에 제시된 주요 키워드를 통해 알아본다.
참고도서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트렌드 코리아 2023>
1. 평균 실종 : 중간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초고가 혹은 초저가를 찾는 소비자는 늘어난 반면, 중간 수준의 제품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불황형 소비인 ‘짠테크’ 열풍이 불고, 다른 한쪽에서는 1박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 등이 성황을 이루며, 작지만 특별한 경험을 얻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풍조도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던 한국 사회가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하면서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준거 집단도 제각각이 되어버렸다. 이제 평균이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2. 인덱스 관계 : 의도된 인간관계
소수의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라면 요즘의 관계 맺기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인덱스)을 뗐다 붙였다 하며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로 취미활동 영역에서 그러한 목적 관계가 두드러진다. 동네 지인들끼리 조기축구회를 즐기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등산, 스노쿨링, 전시, 공연 등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만난 익명의 관계 같은 약한 연결이 구직 기회 등 삶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고 한다. 이제는 인덱스 관계 역시 사람들의 행복에 나름대로 기여를 하는 것이다.
3. 디깅 모멘텀 : 나만의 행복전환점
‘OO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당 분야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좀 이상하거나 괴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는 시간과 돈과 열정을 투자하며 누구보다도 열심인 사람들이다. 영어 ‘디깅(digging)’은 ‘땅 파기’, ‘채굴’ 등의 의미인데 대중음악 분야에서 새로운 음악 장르를 찾아내고 유행하는 음악의 동향을 분석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용어로 디깅이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디깅이 단순한 취미 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효용성, 나아가 행복을 찾는 계기나 전환점이 된다면 그것을 ‘디깅 모멘텀’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디깅러’들이 늘어나면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키덜트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4. 알파 세대 : 가장 중요한 것은 ‘나’
Z 세대의 다음은 ‘알파(α) 세대’라고 한다. 알파 세대는 저마다의 매력을 존중하고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알파 세대의 가장 일반적인 꿈은 의사도, 변호사도, 연예인도 아닌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한 유튜브 강좌가 등장할 정도로 그들에게 유튜버는 최고의 멘토이다. 또한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사업 영역은 패션 디자이너, 사탕 제조, 푸드 트럭, 앱 개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가상 세계에 친숙한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메타버스다. 또 알파 세대는 자기중심성이 매우 높고 남들과 비교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5. 네버랜드 신드롬 : 사회의 유년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이보다 어리게 사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 되고 있다.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피터팬과 그 친구들이 사는 곳, ‘네버랜드’의 이름을 따서 우리 사회에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트렌드를 ‘네버랜드 신드롬’이라고 한다. ‘아이언맨’ 캐릭터나 ‘건담’ 피규어에 열광하는 중년 남성, ‘헬로키티’ 액세서리를 애용하는 중년 여성 등이 그 예이다. 우리 사회의 유년화는 단지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 사회가 네버랜드 신드롬을 앓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한편, 불안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어른의 삶과 무관한 재미는 어른으로 살며 얻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되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