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혁 KG제로인 대표
투자자들에게 2022년은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시작된 에너지 가격 급등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거렸고, 투자자의 가슴에는 멍이 맺혔다. 그래도 어김없이 한 해가 가는 길목에서 투자전략을 점검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연말이면 강세를 보이는 배당주도 살펴봐야 하고, 연말 정산도 미리 해 봐야 하고, 제도 변경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연말 산타랠리와 배당주 투자에 관심
크리스마스에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소비가 늘면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산타랠리’라고 하는데, 올해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미국 기준으로는 매년 12월에는 주가가 S&P 500 기준으로 평균 1.6% 오르면서 열두 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13~14일 열릴 미국 FOMC회의에서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릴지에 따라 연말 산타랠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에 눈길이 간다. 12월 결산 법인 주주들은 28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을 받게 된다. 그동안 배당주로 인기가 높았던 금융지주 주식은 물론이고 고배당정책을 발표한 기업의 주식에도 눈길이 간다.
배당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배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가지가 바뀔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 명부를 확정하고 다음 해 봄에 배당금을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배당액을 먼저 결정하 고 배당기준일과 주주를 확정하게 된다. 또 외국인 투자 등 록 제도가 폐지된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려면 인적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한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외국인의 투자접근성이 커지게 된다.
연말정산 대비한 점검
연초에 하는 연말정산은 근로자가 내야 할 세금보다 많이 냈는지 덜 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국세청은 매달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데 이때 부과된 세금은 대략의 금액을 추정해 임시로 받은 것이다. 국세청 ‘연말정산 미리 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올해의 지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 중 어떤 걸 사용할지 전략을 짜야 한다. 공제한도가 남았다면 체크카드나 현금을, 한도를 넘겼다면 혜택이 큰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맞벌이가정은 누가 부양가족 인적공제를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근로세액 부담이 큰 쪽이 유리하지만 국세청 연말정산 모의계산을 이용해 각각 세액부담을 먼저 비교해야 한다. 또 세액공제 등 절세혜택을 누리려고 연금가입을 고민하는 납세자는 12월 중순 전에 가입하는 게 좋다.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연금계좌 공제혜택은 연말정산 때 세금을 줄이기 좋은 수단이다.
내년 제도 개편이나 세제 개편 앞두고 연말에 신경 써야 할 부분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당장 바뀌는 제도에 신경 써야 한다.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원유·가스·인프라 분야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을 외국인이 팔 경우, 매도액의 10%를 세금으로 내도록 추진하고 있어서다. 미국 국세청이 ‘Section 1446(f)’ 규정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여 개의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종목을 10% 원천징수 대상으로 지정했다. PTP는 원유·가스·금·은 등 천연자원이나 부동산·인프라 분야에 파트너십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PTP엔 서학개미들이 많이 거래하는 ETF가 대거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현재로선 세금을 피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큼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종목을 12월 30일까지 매도하라고 권하고 있다.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는 올 연말까지 보유 종목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손절’하거나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내년부터 시행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원래는 새해부터는 주식, 펀드, 채권 투자로 연간 5,000만 원 이상을 벌게 되면 22~27.5%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기로 2020년 12월 세법 개정을 통해 정해졌다. 그런데 올해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5월에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당초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2년간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다수당인 야당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서 시행 1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1,300만 명이 넘는 주식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2022년을 힘들게 보냈는데 미적거리는 정부 정책으로 힘든 연말을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