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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귀족 운동,
테니스

글. 장한업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공을 ‘받으세요!’라고 외치던 말에서 유래한 단어 ‘테니스’.

프랑스 성직자들이 처음 즐기기 시작한 테니스는 영국으로 옮겨가 귀족 운동으로 크게 발전했다.

윔블던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흰색인 것도 그것이 왕실과 귀족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라켓은 아랍어 ‘손바닥’에서 유래

요즈음 사람들에게 귀족 운동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골프라고 할 겁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파란 잔디 위에 놓인 하얀 공을 치는 골프는 그렇게 불리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하지만 골프는 본래 귀족 운동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양치기가 하던 심심풀이 놀이였지요. 넓은 초원에서 양치기가 긴 지팡이로 돌멩이를 툭툭 쳐서 좀 떨어져 있는 토끼 굴에 집어넣던 것이 골프의 기원이었답니다.

옛날 서양 상류층이 즐긴 운동은 테니스에요. 오늘날 테니스와 가장 가까운 형식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당시에 테니스는 손바닥으로 공을 쳐서 넘기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운동을 주드 폼(jeu de paume)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주’는 ‘놀이’라는 뜻이고, ‘드’는 ‘-의’라는 전치사, 폼은 ‘손

바닥’이라는 뜻이에요. 이것을 합치면 ‘손바닥 놀이’가 되지요. 그런데 손바닥으로 공을 치면 손바닥을 다칠 수 있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갑을 끼고 그 위에 줄을 감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라켓(racket)의 기원이랍니다. 이 단어의 어원은 아랍어 라핫(rahat)인데, 단어의 의미는 ‘손바닥’이었어요. 이것이 중세 프랑스어로 들어가 라케트(raquette)가 되고 다시 영어로 들어가 라켓이 된 것이지요.

 

 

내기로 전락한 테니스, 한때 금지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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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즐기는 프랑스 귀족들을 그린 17세기 그림

 

테니스를 처음으로 즐긴 사람들은 성직자였다고 해요. 12세기 프랑스 성직자들은 이미 테니스에 심취해 있었어요. 얼마나 심취했는지 한 성직자는 미사까지 빼먹었다고 하네요. 고위 성직자들은 이를 크게 우려했어요. 1245년 루앙 대주교는 모든 성직자에게 테니스를 금지하는 칙령까지 내렸어요. 테니스에 대한 사랑은 왕실과 귀족들에게도 이어졌어요. 프랑스 루이 10세는 테니스를 치다가 감기에 걸려 27세에 요절했다고 해요. 테니스에 대한 사랑은 평민에게도 이어졌어요. 그런데 평민들은 이 테니스를 내기로 전락시켜 좋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이 때문에 프랑스 샤를 5세는 파리 내에서의 테니스를 금지시키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테니스는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요? 많은 문헌학자들에 의하면 테니스라는 명칭은 프랑스어 2인칭 명령문 ‘트네(Tenez)’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이것은 공을 넘기기 전에 상대방이 주의를 끌기 위해 ‘받으세요!’라고 외치던 말이었어요. 이 소리를 들은 영국인들은 그것을 테니스라고 옮겨 적었다고 하네요.

 

‘제로’보다 더 큰 위안을 주는 말, ‘러브’


_1887년 미국에서 최초로 열린 전미 여성 싱글 챔피언십 대회

 

테니스는 14세기에 스코틀랜드를 거쳐 영국으로 전해졌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테니스의 창시자라면 영국 사람들은 가장 똑똑한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테니스를 아주 잘 쳤다는 헨리 8세는 1530년 궁정에 코트를 만들었어요. 19세기에는 잔디 위에서 치는 테니스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윔블던 대회의 기원이지요. 이 대회는 과거의 전통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모든 경기자가 왕족과 귀족의 색인 흰색 운동복을 착용하게 했어요.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테니스 경기 용어 중 러브(love)라는 용어가 있어요. 0포인트를 뜻하는 이 용어의 어원은 분명치 않아요. 다만 두가지의 추측만 있을 뿐이지요. 하나는 ‘a labour of love, neither for love nor money’(사랑이나 돈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는 노동)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16세기~17세기 영국 영어에서 러브는 ‘아무 것도 아님’을 의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에요. 다른 하나는 0의 형태가 달걀과 비슷해서 프랑스 사람들이 뢰프(l’oeuf, ‘달걀’)라고 했고 그것이 영국 사람들에게는 러브처럼 들렸다는 것이에요. 마치 프랑스 사람들이 ‘받으세요!’라는 의미로 말한 트네를 영국 사람들이 테니스로 옮겨 적은 것과 같은 이치지요. 아무튼 한 점도 따지 못해 불만인 사람에게 ‘제로’보다는 ‘러브’가 훨씬 큰 위안이 될 것 같네요.

 

TIP. 알쏭달쏭 테니스 용어 정리

• 네트 코드 샷(Net cord shot) : 공이 네트에 맞고 운 좋게 반대편 코트로 넘어가 점수를 획득하는 것.

• 트위너 샷(Tweener shot) : 가랑이 사이로 공을 치는 플레이로 테니스 게임 중 가장 큰 환호를 받는 플레이 중 하나.

• 워크 오버(Walk Over) : 상대 선수의 실격 또는 부상에 의한 기권승.

• 데드 러버(Dead Rubber) :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경기에 출전하는 순서를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