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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향연,
부산의 미식로드


 

인구 약 350만 명, 한 해 관광객 약 200만 명인 부산.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즐기는 도시로 바다, 산, 강 등 다양한 자연 환경에서 비롯한 신선한 재료, 지역성이 살아 있는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넘쳐나는 맛집 홍수 속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았다.

 

명란의 새로운 발견, 명란브랜드연구소


부산역 건너편에는 옛 남선창고 터가 있고 구 백제병원을 지나 초량초등학교와 교회를 지나면 초량 이바구길의 168계단을 만나게 된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옆에는 모노레일이 무료로 운영 중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벽화, 포토존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계단을 오르면 출출함와 목마름에 먹거리를 찾게 된다.

동구 관광 캐릭터 도요, 레요, 미요 명란 삼 남매가 알려주는 명란은 가정집 식탁에서 접하는 반찬이다. 그래서 명란을 반찬으로만 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튜브형식으로 빵에 발라먹기 좋은 명란 튜브, 간식으로 먹기 좋은 명란 어묵, 핫바, 고로케 등 다양한 제품을 명란브랜드연구소에서 만날 수 있다. 카페 건물 3, 4층에서는 통 창을 통해 동구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고, 5층 오픈테라스에서 절경을 만나 볼 수 있다. 명란으로 만든 한 끼 식사 후, 오픈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부산항과 푸른 하늘의 흰 구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 주간 쌓였던 스트레스로 지친 몸이 회복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동구 영초윗길 22-1(초량2동 제2공영주차장 이용) / 051-463-9182



 

 

‘어묵로드’의 시작, 삼진어묵 체험관


흔히 우리 식탁의 반찬이나 간식이 되는 어묵은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다. 갓 굽고 튀겨낸 따끈한 어묵은 풍미를 배로 즐길 수 있다. 1953년 영도 봉래시장 입구에 판잣집 하나를 빌려 시작한 ‘삼진어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이다. 최근에는 어묵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어묵 역시 빵처럼 다양한 형태로 응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 ‘어묵 베이커리’가 대표적인 예다. 치즈, 야채, 해물 등을 넣어 종류를 다양화했고 요리법도 많아졌다. 과거에는 본연의 맛을 살린 찐 어묵이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튀김 종류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어묵튀김도 인기다. 특히 만인의 간식 떡볶이 국물에 어묵을 찍어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분식집에서는 어묵 자체를 튀김 종류 중 하나로 선보인다. 어묵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철 별미 중의 별미다.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포장마차에 들러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 양념장을 살짝 찍은 탱글한 어묵을 한 입 베어 물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 된다.

어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삼진어묵 체험관은 주중에는 어묵 반죽에 치즈토핑을 얹어 굽는 피자 어묵을, 주말에는 전통 방식대로 대나무에 반죽을 말아 그릴에 구워내는 체험이 가능하다.

 

 영도구 태종로 99번길 36 / 051-412-5468


 

 

 

6.25때를 추억하는 음식, 구포국수체험관



국수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나만의 국수 맛집 하나 정도는 다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의 맛이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수는 예로부터 잔치에 모인 손님들을 접대하는 음식이었다. 이는 혼인으로 맺어지는 신랑·신부의 결연과 생신을 맞은 어른의 수명이 국수의 면처럼 오래도록 이어가기를 기원하는 의미였다. 여러 가지 국수 종류 중 하나인 구포국수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국수다. 당시 부산은 피란민의 도시로 반듯하게 갖춰진 것이 없었고, 여기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도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힘겨운 상황에서 집안의 아낙들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가장 손쉽게 노점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국수였다.

현재의 구포국수는 북구 구포동 일대에서 생산되는 국수를 일컫는데 면발이 짭짤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구포국수체험관에서는 자가제면한 쫄깃한 생면과 밴댕이로 우려낸 육수에 인공조미료가 없는 자연 양념을 더한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체험관 1층은 구포국수 식당을 운영하고 2층에서 국수 뽑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국수를 만드는 데 고도의 집중력이나 큰 요리 실력을 요구하지 않으니 그저 그 시간을 즐기면 된다. 반죽을 만들어서 마구 치대다 보면 어느덧 스트레스와 잡생각은 사라지고 땀을 흘려가며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북구 구포만세길 109 / 051-338-4871


 

 

다양한 맛의 용광로, 부평깡통시장



얼마 전 외국의 한 유튜버가 한국의 시장을 방문해 씨앗호떡을 먹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유튜버는 카메라에 조리되는 과정을 담고, 호떡을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감탄을 내뱉었다. 영상 속 호떡은 부평시장 근처 호떡 골목에서 파는 음식이다. 부산 3대 시장의 하나로 ‘부산의 부엌’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식도락의 중심지인 부평시장은 유부 속에 당면을 넣고 탕으로 끓여낸 ‘유부주머니 전골’과 구수하고 매콤한 맛에 씹는 맛까지 일품인 ‘비빔당면’, 부산어묵을 잔뜩 넣고 볶아낸 ‘어묵잡채’, 그 외에 ‘어묵꼬지’와 ‘떡볶이’등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들로 유명하다. 

부평깡통시장은 일제강점기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공설 시장으로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 파병 군인이 들여온 미군 전투식량과 다양한 외제 물품이 판매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 음식뿐만이 아니다. 신선한 해산물과 다양한 과일, 그리고 없는 게 없는 잡화점에 진열된 소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최근 유튜브나 OTT드라마로 한국의 다양한 장소가 소개되면서 많은 외국인과 관광객들이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근사한 레스토랑보다 길거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새로운 재미를 찾는 지금, 아마도 다음 K-컬쳐의 메인 무대는 부산의 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부산 중구 부평1길 48 / 051-24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