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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SG 문화전쟁’의
진로는?

글.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ESG가 ‘문화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측 인사들이 반 ESG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오는 11월의 중간선거와 차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SG를 둘러싼 문화전쟁 양상

지난 2000년부터 ESG의 실행력에 탄력이 붙은 것은 미국의 가세 덕분이다. 그동안 EU(유럽연합)가 ESG를 앞장서 추진해왔지만, 상황은 순탄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반(反) ESG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ESG에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ESG 관련 정책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ESG가 ‘문화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측 인사들이 반 ESG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면 ESG 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좌파들이 상장사에게 과격한 환경 및 사회 어젠다를 강요하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이 ESG 원칙의 적용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인사들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17개 주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ESG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금융기관들을 제재하기 위해 44개의 법안을 성안한 상태이다.

 

공화당 소속 주의 제재, 피해 크지 않을 것

주별 움직임을 보면, 플로리다주는 지난 8월 은퇴연금의 운용과 관련해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비재무적

이거나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말고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주의 투자 및 은퇴 펀드들이 총기 제조와 화석연료 기업들을 ‘보이콧’하는 블랙록과 유럽의 금융그룹 등 금융기관들과 거래를 중단하도록 했다. 또 주 연금 펀드들이 보유한 블랙록과 UBS 등 기업의 주식을 팔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루이지애나주는 지난 5일 블랙록에 투자자금을 연말까지 모두 찾아가겠다고 통보했다. 블랙록에서 빠져나갈 자금은 7억 9,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가 금융기관들에 제재를 본격화하면 그 피해 정도는 얼마나 될까? 당장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블랙록은 현재 플로리다 주의 은퇴연금계획 자금 72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연간 수수료 수입은 720만 달러 수준이다. 이는 194억 달러에 이르는 연간 수익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이다. 게다가 시정부 채권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주요 은행을 이 시장에서 배제함으로써 시장 자체가 덜 경쟁적으로 바뀌어 텍사스주 당국이 부담해야 할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다. 공화당의 반 ESG 공세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ESG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맞서고 있다. 뉴욕주, 매사추세츠주, 캘리포니아주와 11개 다른 주의 민주당 소속 재무 담당 관료들은 블랙록을 지지하는 서한을 내놓았다. 민주당 소속 주들은 한술 더 떠 이들 금융기관들에 ESG 투자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반 ESG 입법 본격화, ESG 감속 우려

종합해 보면, ESG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축인 미국에서 ESG가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향후 ESG의 진로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예상을 낳고 있다. 주목해 봐야 할 변수는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결과와 2024년 11월 5일로 예정된 차기 미국 대선 결과이다. 이 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ESG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것이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향후 공화당이 반 ESG 입법을 본격화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ESG 이념 전쟁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관련 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또 2024년의 대선 결과 만약 공화당이 집권에 성공하면 ESG와 기후변화 대응 대열에서 미국이 이탈해 ESG의 감속(減速)이 우려된다. 큰 흐름에서 봤을 때 기후변화와 ESG는 대세이긴 하지만 미국 정치 일정의 결과에 따라 그 폭과 속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