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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는
정말 세금 0원의 천국일까?

_최영욱, <Karma 201911-6>, 2019, 캔버스에 혼합재료, 162.6 x 149.9cm

 

개인의 미술품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비교적 최근인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술품에 세금의 잣대를 대는 것을 가혹한 처사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법의 원칙은 미술품에도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미술품 거래 양도차익에 과세

미술품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세금 혜택 때문일 것이다. 미술품을 들어 ‘세금 0원의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림에 앞서 부동산과 주식의 세금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부동산에는 크게 세 가지의 세금이 매겨지는데, 살 때 내는 취득세, 보유할 때 내는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다. 주식은 취득세나 보유세가 따로 없지만 매매 시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며 2023년부터는 투자 수익이 5천만 원을 넘을 경우 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그림에 적용되는 세금은 판매할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한 가지다.

개인의 미술품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비교적 최근인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내 미술 시장에 도입된 세금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것은 정부의 과세 방침을 두고 현재까지도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놀부 계산법’을 따르는 세법은 “세무상 이익에 대하여 모두 과세한다.”는 관점을 내세운 반면, 미술계는 “미술 시장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며 현실과 맞지 않는 세금 정책과 미술품 거래의 음성화 우려를 들어 비과세를 주장하고 있다.

작품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종합소득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으로 단일세율 20%를 적용하고 분리 과세한다. 미술품의 과세 대상은 양도일 기준으로 해외 작가와 작고한 국내 작가의 6천만 원 이상의 미술품으로 한정된다. 즉, 현재 활동 중인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10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해외 작가와 국내 작고 작가도 6천만 원 미만의 작품이라면 과세대상이 아닌 것이다.

필요경비를 최대 90%까지 인정해주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양도가액이 1억 원 이하의 작품이라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최소 9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고, 1억 원 이상의 작품의 경우 보유 기간이 10년 미만일 때 최소 80%, 10년 이상일 때 최소 90%를 인정한다.


 

예시를 통해 알아보는 미술품 양도소득세

그러면 다음의 예시로 직접 양도소득세를 계산해보자.

 

예시 1

재작년, 빌 게이츠가 국내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서 구입한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Karma)〉. 당시 750만 원에 구입했으나 올해 6월, 경매를 통해 4천만 원에 판매했다.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3천만 원이 넘는 양도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거래 금액이 6천만 원 미만이고 최영욱 작가는 국내 작가인 데다 왕성히 활동 중이다. 따라서 이때 발생한 세금은 0원이다.

 

예시 2

2005년에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3천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가 2021년 5월에 1억 8천만 원에 판매했다. 김창열 작가는 2021년 1월에 타계했으므로 작품을 판매한 시점에는 과세의 대상이 되며, 작품을 판매한 금액 역시 6천만 원 이상이므로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작품을 10년 이상 보유했기 때문에 필요경비로 최대치인 90%를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작품을 판매한 실제 소득은 1억 5천만 원이며 세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기타소득액은 1,800만 원(양도가액–필요경비)이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양도 소득세로 납부해야 할 금액은 396만 원이다.

 

만약 부동산을 취득하고 1억 5천만 원의 차익이 발생했다면 고액의 양도세를 피하기 어려웠겠지만, 두 번째 예시의 미술품 거래에서 납부한 세금은 양도차익인 1억 5천만 원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미술품에 적용되는 소득세법은 현재까지도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


 

 

상속되는 미술품에도 세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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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이 전시된 미국 Helen J 갤러리

 

이전에는 미술품 거래를 반복하며 양도차익을 거두는 행위를 영리의 목적으로 판단하여 사업소득으로 간주했으나, 2021년 1월 1일부터는 반복해서 양도를 하는 경우에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를 사업소득으로 간주할 경우 최고세율 42%의 세금을 해당 작품에 부과할 수 있다. 이때 그림의 가격은 해당 분야 전문가 2인 이상이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으로 한다. 만약 이 평균액이 국세청장이 위촉한 감정평가심의회가 감정한 금액보다 낮을 경우는 감정평가심의회의 것으로 정한다.

만약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미술품을 상속이나 증여 받은 날로부터 15년이 지나면 제척기간이 경과되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미술품의 가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국세청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1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상속세와 증여세를 언제든지 과세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사실상 누가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그림 가격은 일정한 체계를 가지고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상속세와 증여세를 선정할 기준과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일부 컬렉터들 사이에는 미술품에 세금의 잣대를 대는 것을 가혹한 처사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해왔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을 위한 세금 부과 기준을 ‘신성한’ 예술품을 적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예술품인 동시에 자산이다. 따라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법의 원칙은 미술품에도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_김창열, <물방울 CHS68>, 케이옥션 12월 경매 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