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혁 KG제로인 상무이사
11월 8일 미국 중간 선거의 결과에 따라 주식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간선거 후 미국 주가는 상승하는 편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민주당이 추진 중인 소재·부품의 미국 내 생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중간선거 후 미국 주가 상승 기대
미국 중간 선거는 대통령 임기 4년 중 집권 2년차에 치러진다. 대통령 임기가 4년, 하원은 2년, 상원은 6년이라 대통령 임기 중간에 하원 전원과 상원의 3분의 1을 새로 뽑게 된다. 일부 주지사 선거까지 실시되는 대규모 선거로,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현재의 집권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8일의 중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과시키는 등 사력을 다했다.
중간선거에서는 여당이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미국 주식시장은 중간 선거 이후에는 상승세를 시작해서 다음해까지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1948년부터 2020년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나타났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그보다는 대부분의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이기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고, 선거에서 지게 되면 다음 대선을 위해 보다 강력한 부양책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 가운데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강했던 터라 집권 민주당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외에도 경기침체를 억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올해 들어 줄곧 하락했던 미국의 주가는 10월 들어 반등했다. 중간 선거 이후의 상승을 예측한 매수세가 미리 몰려서였을까? 아니면 약세장 속에서 일시적인 반등(베어마켓 랠리)에 그치게 될까? 이번에는 중간 선거 이후에도 미국 주가가 강세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강하다. 무엇보다 FRB가 2일 끝난 정례회의(FOMC)에서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으면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는 점이 약세를 점치는 요인이다. FRB는 미국의 물가가 떨어진다는 조짐이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리겠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떨어지려면 코로나19로 훼손된 국제 공급망이 회복되어야 하고, 에너지 가격,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없고, 미국-중국의 갈등도 완화될 조짐이 없기에 물가 안정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공화당의 하원 승리 시 친환경 분야 제동 걸릴 듯
하원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소재·부품의 미국 내 생산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중국 견제를 위해 리튬, 2차전지 등 전기차 소재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외부 조달을 어느정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그동안 민주당이 밀어부쳤던 친환경 분야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공화당은 인플레감축법안(IRA)도 개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IRA 개정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시행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주목해야
미국이 최근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니다. 중국과 아시아에 과도하게 이전했던 제조업을 다시 미국 땅에서 꽃 피우게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강점을 갖고 있던 우주항공, 방위산업, 서비스, 금융업외에도 전기자동차, 반도체와 같은 제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민주·공화 할 것 없이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미국의 전기자동차, 헬스케어, 반도체 관련주가 유망해 보인다. 또 설비산업과 기계업종도 유망해 보인다. 미국이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의 2차전지, 태양광 관련기업, 신약 관련 기업도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고, 이런 기업의 주식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