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윤실 모라동지점 PB
영국 56대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 총리는 영국 내각제 이후 가장 단기간인 44일만에 사임했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경제정책이 실패하면서 정치는 불안해지고 여론은 악화되었다. 44일 동안 영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여기서 우리는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 알아보자
원인은 부자감세 정책
영국은 5월부터 소비자 물가지수가 9%를 넘어섰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2.25%까지 올리고 있었다. 달러 강세로 인해 파운드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고 역대 최악의 환율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9월 6일에 취임했던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던 리시 수낵(57대 총리 당선)을 누르고 리더로 선출되며 총리가 되었다. 총리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아 꺼낸 경제정책이 ‘부자감세’ 정책이었는데 이는 최고 부자와 기업에 부여되는 45% 세율을 40%로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연 450억 파운드(73조 원) 규모의 감세정책이다.
감세정책의 후폭풍
감세정책의 결과 영국의 30년 국채금리는 8월에 2%대였던 국채금리가 4%를 돌파해버렸다. 또한 단기 국채금리가 이탈리아나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이는 영국 국채가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러니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고 그 여파로 불똥이 연기금으로 떨어졌다. 관행적으로 4배 레버리지 거래를 한 영국의 연기금은 마진콜(선물거래를 위해 예치한 증거금이 가치하락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니 추가 증거금을 더 내라는 의미) 위기를 겪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영란은행은 100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발표한다. 그러니 S&P에서 영국 신용등급도 강등하게 되었다. 주식시장마저 폭락하게 되자 결국 트러스 총리는 기존에 발표한 감세정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통화정책 vs 재정정책
이번 사태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을 편 것 때문에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은 한방향으로 조절한다. 즉 유동성을 증가시키거나 혹은 줄이는 한방향으로 말이다. 결국 영국의 혼란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방향성 불일치로 인해 나타난 사태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각국은 저금리의 통화정책과 각종 코로나 지원금의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을 증가시켰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다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매우 중요해진 시기
문제를 일으킨 트러스 총리는 사임하고 인도계인 리시 수낵이 57대 총리로 당선되었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융인 출신이다.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공부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하원으로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취임 후 경제안정과 신뢰를 강조하며 통합을 위한 내각을 구성했다.
지난 10월 25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한 간담회에서 “한국은 잘 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면 대응이 필요하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한국의 통화 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치루고 있는 지금, 영국의 총리 사임 사건을 보면서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방향성 일치가 중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