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연안 풍력발전을 시작한 국가이며, 현재 탄소 감축에서 가장 앞서가는 모범국가이다. 탄소 감축에서 하위권에 있는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을 알아보자.
기후변화 성과지수 사실상 1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폭우, 가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자연의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위기 경보의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행동은 더딘 상황이다.
현재 각국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공표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다고 해도 금세기말까지의 기온상승 폭이 1.8℃로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1.5℃를 상회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분석하고 있다. IEA는 이처럼 ‘1.5℃ 상한’이 깨지면 기후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상기시키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빠른 진전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소 감축 모범국가 덴마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덴마크는 저먼워치 등 기관이 발표한 ‘2022 기후변화성과지수(CCPI)’에서 4위를 차지했다. 1, 2, 3위가 ‘공석’이어서 사실상 1위 국가에 올랐다. 덴마크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기후정책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총점이 76.92점에 달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27.28점에 그쳐 순위가 59위로 한참 뒤로 밀려있다.
정치권, 정부, 민간의 삼각 협업
덴마크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전’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담대한 정책 추진이 돋보인다. 덴마크는 야심찬 탄소 감축 목표를 법으로 명문화한, 얼마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2030년까지 70%를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일정을 법에 못 박아 놓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밀한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덴마크 기후법은 정부가 5년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5개년 계획에 맞춰 매년 에너지, 주택, 산업, 운송, 농업 등 모든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간 계획이 수립된다.
그러면 기후변화위원회가 연간 계획을 평가해 부족한 점에 대해 수정을 권고함으로써 계획을 확정하는 식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후변화에 대응해나가는 덴마크의 정치적 지배구조이다. 먼저, 덴마크 그린전환위원회는 모든 주요한 정치적 결정 시 기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민간 기구들과 13개의 ‘기후 파트너십’을 맺고 민관협력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 정치권, 정부, 민간이 ‘삼각 협업’을 하는 등 총체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능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
실제로 덴마크가 이룬 성과는 놀랍다. 예를 들어 지난 1965년에만 해도 재생에너지는 말 그대로 ‘제로’였다. 1991년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연안 풍력발전을 시작했는데 현재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30%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그 결과 풍력발전은 석탄이나 원자력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유망 성장산업으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덴마크 기후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덴마크 남부에 있는 손더버스 시의 성과도 돋보이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기 8년 전인 2007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 도시는 기업의 남아도는 에너지를 가정이 사용하도록 한다든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탄소 감량’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 행복도가 세계 상위권(2019~2021년 기준 2위)인 덴마크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앞서가고 있다. 하위권에 처져 있는 우리나라가 역할 모델로 삼아볼 만한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