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동음이의어인 향수(香水)는 향이 나는 액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향을 맡으면 그리운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니, 마치 두 단어의 어원이 같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부산에서 추억을 향기로 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나를 포근히 안아줄 스톤 디퓨저 - 모퉁이 아뜰리에

1층의 카페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감각적인 그림이 함께하는 모퉁이 아뜰리에가 나온다. 약 100여 가지의 향이 한데 어우러져 공간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고 있는 이곳은, 그림도 그리고 향도 만들 수 있는 공방이다. 특히 향을 만드는 공방에선 나만의 퍼스널 향수를 제조해 그것으로 디퓨저나 룸 스프레이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스톤 디퓨저’. ‘돌에서 어떻게 냄새가 날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스톤 디퓨저는 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을 압축시켜 만든 돌로 만드는 향수이다. 뚜껑을 덮을 수 있는 통에 돌을 넣고, 돌 위에 향수를 한두 방울 떨어트린 다음, 뚜껑을 닫아 숙성시킨다는 개념으로 1주일 동안 방치해둔다. 그리고 뚜껑을 열면 내가 만들었던 향이 은은하게 방에 퍼져 디퓨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향기로 공간을 가득 채울 뿐 아니라, 올망졸망 귀여운 돌의 모습에 인테리어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디퓨저라 할 수 있다.
지친 하루 끝, 공간을 은은히 감싸는 향기가 이불처럼 다가와 편안함으로 만들 수 있는 여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나의 추억을 스톤 안에 저장할 수 있는 곳, 모퉁이 아뜰리에이다.
■ 부산 동구 초량상로 120 카페 내 2층 / 0507-1320-9580
다양한 허브의 향연 - 허브랑야생화

금정산성을 오르다 보면 입구에 허브랑야생화 간판을 들고 있는 토끼 조형물이 보인다. 간판을 지나 허브랑야생화로 들어가면, 울창한 숲속 반딧불이처럼 켜져 있는 조명이 우리를 반기며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허브의 향과 다양한 풀잎 향이 콧속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자연에서 만든 향이라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평화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기분이 든다. 주위엔 새들이 지저귀고, 숲을 지나는 물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허브랑야생화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자연 친화적인 허브랑야생화에선 주중에 숲속체험도 진행하고 있고, 숲을 배경으로 멍때리는 ‘숲멍’이 가능한 카페도 운영 중이다. 숲속체험은 단체 10인 이상의 예약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허브뿐 아니라 다양한 야생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도심 속에서 힐링 공간이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향기와 같이 할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허브랑 야생화. 빡빡한 콘크리트 빌딩 숲속 쾨쾨한 매연을 지나 자연의 냄새에 한껏 취할 수 있는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해보자.
■ 부산 금정구 북문로 73 / 0507-1416-0130
바르지 마세요, 몸에 양보하세요 - 멜아로마카페

동래 롯데백화점 뒤에 위치한 멜아로마카페. 겉모습은 주택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코르크 벽지와 목재로 이루어진 인테리어에 마치 산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 공간이다. 카페 안은 아로마의 기분 좋은 향기가 풍기고, 사장님은 따뜻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해주고 있다. 흔히 아로마 오일은 몸에 바르거나 테라피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 익숙한데, 멜아로마카페의 메뉴판을 보면 ‘식용 아로마’라는 것이 눈에 띈다. 간단히 말해, 식용 아로마는 우리나라의 한약과 같은 느낌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아로마 오일의 효과를 몸소 느꼈던 사장님은 이러한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하였다고 한다. 식용 아로마 차나 에이드의 종류는 레몬, 라임, 자몽 등 4가지가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효과를 찾아 골라 마시면 된다. 그리고 차나 에이드에 들어가는 과일청은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데, 설탕이 아닌 사탕수수로 만들고 있어 인공적인 달달함이 아닌 자연의 순수한 단맛이 인상적인 수제청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선 입안에 퍼지는 아로마의 향을 통해 아로마의 새로운 차원을 알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아로마 클래스나 연애살롱, 와인모임과 같이 다양한 클래스도 열리고 있는 문화 복합적인 이곳, 멜아로마카페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 부산 동래구 중앙대로1367번길 44-18 1층 / 0507-1397-1649

오랜 시간의 기다림, 자연이 준 보물 - 능인향당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금정산자락에 위치한 능인향당의 벽한 면에 적혀있는 글귀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담양에서 직접 가져온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보이고, 초록과 흰색의 조합으로 꾸며진 공간은 정갈하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그리고 곳곳마다 사장님의 세심함이 느껴져 정말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만이 남아있다. 능인향당은 침향을 재료로 한 합장주, 차 그리고 인센스 스틱까지 명인이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침향이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면 나무의 상처를 메꾸기 위해 나무 자체에서 수액을 만드는데, 이 수액이 오랜 시간을 거쳐 굳혀진 것이라고 한다. 공진단의 원료로도 쓰일 정도로 원기회복에도 좋다고 익히 소문나 있는 침향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보물이라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침향의 향은 은은하고 신비한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인센스 스틱으로 피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차로 마셔도 물보다 오히려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능인향당은 베트남침향협회와 제휴를 맺고, 베트남의 1등급 침향만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침향의 매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 부산 금정구 금샘로 463-1 / 051-746-6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