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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코를 막고 사과와 양파를 먹으면 구별하지 못한다. 미국의 후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 중 느끼는 감정의 75%를 후각이 결정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는 향기, 그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과학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향기는 추억을 싣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노래가 있다. 꽃향기를 맡으니 사랑했던 사람이 떠올라 보고 싶다는 내용의 로맨틱한 가사인데, 이 속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다. 특정 향기를 맡음으로써 과거의 추억이 생각나거나 그때의 감정이 떠오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프루스트 현상(proust effect)’이라고 한다. 가령 쌀국수 냄새를 맡고 태국에서 행복했던 신혼여행이 떠오르는 것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향기를 통해 기억과 감정까지 소환할 수 있을까.

시각과 청각의 경우 보고 들은 정보를 뇌에 바로 저장한다. 반면,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의 ‘번연계’라는 곳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즉 향을 맡는 순간 향기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함께 저장되며, 이후 비슷한 향을 맡으면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함께 소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향은 단순히 향기뿐 아니라 악취 등 각종 냄새

도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땅콩버터를 활용한 치매 진단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치매는 인지 기능 장애로 인한 질환인데, 초기치매 단계에서 이를 건망증으로 치부해버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땅콩버터 냄새를 맡는 것으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고.

인지 기능 장애의 최초 신호는 후각과 관련된 뇌 신경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제니퍼 스탬프 교수의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발병되면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이 퇴행하기에 환자들은 특정한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땅콩버터’이다. 땅콩버터는 오로지 후각신경에 의해서

만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경우 왼쪽 코로는 땅콩버터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점을 활용하여 땅콩버터를 통해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진단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한쪽 콧구멍을 막은 뒤 30cm 거리에서 천천히 땅콩버터를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다가 냄새가 나는 지점을 체크한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시행한다. 이후 땅콩버터 냄새를 맡은 두 개의 지점이 10cm 이상 차이가 난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후각과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에게 음식 냄새만큼 참기 힘든 유혹도 없으리라. 그런데 후각이 다이어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연구진은 후각이 예민한 집단과 일시적으로 후각을 마비시킨 집단을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3주 동안 같은 양과 종류의 고지방 음식을 먹었을 때 두 집단의 체중 변화

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 후각이 예민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2배나 더 살이 쪘다고 한다. 냄새를 맡지 못한 집단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었음에도 살이 덜 쪘다는 셈이다. 음식 냄새가 단순히 ‘코’라는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뇌까지 전달되어 인슐린을 분비함으로써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향을 맡느냐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귤계에는 리모넨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향을 맡으면 혈액의 흐름을 촉진하고 신진대사가 상승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페퍼민트는 독특한 향 덕분에 식욕을 억누를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페퍼민트 향을 맡으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