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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통과에 따른
투자 대응 방안

글_ 한수혁 KG제로인 상무이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서명하면서 인플레감축법안(IRA)이 통과되었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이 법은 제목과는 달리 물가 안정보다는 탄소절감, 노인의료 강화, 중국 견제에 무게를 두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반드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기업에 대한 증세 통해 탄소감축에 대규모 투자 

이름과는 달리 이 법은 당장 물가를 낮추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로 오른 터라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의 이름을 ‘미국 재건’에서 ‘물가 감축’으로 바꾸었지만 무디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영향은 0.33%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의 주요 내용은 10년 동안 7,900억 달러를 마련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입자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청정에너지에 3,69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노인의료 혜택을 위해 메디케어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산 소재와 부품에 대한 제한을 하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늘리고, 자사주 매입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2차전지 업계는 비상 

이 법으로 인해 우리나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내년부터 전기차를 새로 사는 사람에게 7,500달러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차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모두 한국에서 만들고 있으니,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산업자원부, 외교부 할 것 없이 미국에 대한 협상에 나서면서 앞으로 제정될 하위 규정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2차 전지 업계도 비상이다.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를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차 전지 완제품의 중국 의존도는 품목 별로 음극재 85%, 양극재 72.5%, 반제품 78.2%에 이른다. 이런 면에서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핵심광물 사용 비중을 40% 이상 달성해야 하고,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써야 하는 법안 내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전기차, 태양광, 풍력, 2차 전지에 투자할 기회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손쉽게 외국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기차와 2차 전지, 풍력, 태양력 관련 주식에 기회가 생긴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150억 달러어치(지분율 1.6%) 들고 있는 정도이지만 더 투자할 요인이 생겼다. 테슬라 외에도 퍼스트 솔라, 넥스트에라에너지 같은 미국의 태양광, 풍력 관련 주식에도 호재다. 국내에서는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엘지에너지솔루션이 주목을 받고 있고, 태양광 관련해서는 한화솔루션에도 주식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 엘지엔솔, SK온, 삼성SDI 같은 배터리 회사는 이 법으로 CATL을 비롯한 중국 회사들이 미국에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면서 기회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다만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해서도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는 2024년부터는 중국산 핵심 부품, 2025년부터는 중국산 핵심 광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IRA의 조건도 지나친 조항이라고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