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한업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프랑스어 ‘마담’의 정확한 뜻을 알고 나면 왜 우리나라에서 속된 말 취급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로 옮겨갈 때 변형,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찾아내고 바로잡는 것은 정확한 문화관을 갖기 위해 필수적이다.
속된 말이 된 존칭어
프랑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입니다. 2020년 기준, 프랑스를 찾은 외국인은 1억 1,700만 명이었으니 정말 대단하지요. 프랑스가 이렇게 문화강국이다 보니 이 나라의 말인 프랑스어도 고귀한 언어로 여겨지지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프랑스어는 상당히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담(madame)’이라는 단어예요. 프랑스에서 이 단어는 왕족이나 귀족을 지칭하였고 여전히 존칭에 속하지만 한국에서는 격이 낮고 속된 말 취급을 받고 있어요.
이 단어가 얼마나 고귀한 단어였는지는 그 어원인 라틴어 메아 도미나(mea domina)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여기서 메아는 ‘나의’라는 뜻이고, 도미나는 ‘여신’, ‘황후’, ‘지배하는 안주인’ 등을 의미하지요. 영어로 하면 마이 레이디(my lady), 이탈리아어로 하면 마돈나(madonna)가 되지요. 메아 도미나는 12세기에 프랑스어로 들어가 마담(madame)이 되었고 14세기경에는 영어 매담(madam)이 되었어요. 12세기 초부터 17세기까지 마담(madame)은 여성 왕족이나 귀족을 지칭하는 존칭이었어요. 14세기에는 소도시의 관리의 부인들에게 붙이는 명예로운 호칭이 되었지요. 종교개혁까지는 수녀들도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17세기부터는 보통 부인들에게도 붙이는 존칭이었고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지나가는 성인 여성을 ‘마담’이라고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자신이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좋아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지요. 만약 지나가는 성인 여성에게 ‘마담’이라고 부르면 그 여성은 매우 당황할 것이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몰라요.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술집이나 다방, 보석 가게 따위의 여주인”이라고 여긴다고 생각하면서요.
우리 문학에 끼친 일본의 영향
그렇다면 마담을 “술집이나 다방의 여주인”으로 정의하는 관행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요? 저는 2007년에 이 주제로 논문을 쓴 적이 있어요. 저의 결론은 이런 관행은 일본의 영향이라는 것이었어요. 이것은 ‘마담’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인 몇몇 한국 문학작품을 살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염상섭의 『무화과』(1931-1932)에는 “마담이란 문경이 말이다. 저번 마작하던 날 이 집에 다녀간 뒤로 마담, 마담하고 부르는 것이다.”라고 해요. 여기에 나오는 문경은 부잣집 딸로 태어나 결혼한 후에는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살고 있는 여성이에요. 여기서는 ‘마담’이라는 단어는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어요. 이런 관행은 일본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한국 문인들이나 당시 한국에 와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서구의 관행을 모방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관행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광수의 『흙』(1932)에는 “해 먹을 것이 없거든 우리 카페이나 하나 내까. 당신은 마담이 되고...”라는 표현이 나와요. 여기서 말하는 ‘카페’가 술집인지 다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유흥업소 여주인을 마담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또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1936)에는 “티이루움 「아네모네」에 마담으로 있는 영숙이가 귀걸이를 두 귀에 끼고 카운터 뒤에 나타난 날”이라는 표현이 나와요. 이 표현을 보면 티이루움(tea room), 즉 다방 안주인을 마담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어요.
결국 ‘마담’이라는 프랑스어 단어는 본래는 존칭이었지만 이 단어가 일본에 들어가서는 술집이나 다방의 안주인을 의미하는 비속어로 전락했고 그것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처럼 문화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갈 때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어요. 이런 변형과 왜곡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로잡는다면 좀 더 좋은 문화관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