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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으로
녹색 지구를 만들어요

글. 최원형 생태환경 작가,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시민협력분과 위원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1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 위기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구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폐기물로 버려지는 멀쩡한 물건


_멀쩡한 가구가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이 없습니다. 띠 위에 한 점을 찍고 펜으로 띠를 따라 선을 긋다 보면 다시 그 점으로 돌아옵니다. 단지 띠를 한번 꼬았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지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허무함이라고 하면 시시포스의 신화가 떠오릅니다. 반면, 원점으로 돌아갔을 때 긍정적일 수도 있지요. 우리가 물건을 소비하고 난 뒤 남겨진 폐기물이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또다시 생산의 출발점이 된다면 어떨까요? 재활용을 의미하는 화살표를 디자인한 게리 앤더슨도 바로 뫼비우스의 띠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해요.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입니다. 숫자 9와 6을 사이좋게 모아 놓으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이어져 뱅글뱅글 도는 모양이 됩니다. 자원을 계속 순환시키자는 의미를 담은 날이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재활용품을 쌓아두는 곳이 있는데, 이따금 그 앞을 지날 때 쓸 만한 가구가 눈에 띄곤 합니다. 소파, 침대, 책꽂이, 작은 가구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풍족해졌는지 실감합니다. 집 안 분위기를 바꾸려고 멀쩡한 물건을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것은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완전히 압도해버렸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과잉 생산된 물건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요.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낡아빠진 구식으로 만들어 새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행을 만듭니다. 소비를 조장하려 짧은 기간만 사용하고 망가지도록 만들기도 하지요. 폐기물로 배출되는 가구나 가전제품 가운데 수리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게 70%나 된다고 해요. 오래 써서 지겨워져 바꾸고 싶을 때 가구를 리폼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방법도 있을 거예요. 재활용 센터나 녹색가게 같은 중고 물품교환 매장에 보내는 것도 물건의 수명을 늘리는 일입니다. 상업용 목재를 사용하려 세계적인 가구 회사가 벌목하는 숲이 1년에 전 세계 숲의 1%나 된다고 하니 가구를 고쳐 쓴다면 얼마나 많은 숲을 보전할 수 있을까요?

 

제로 웨이스트 생활 원칙

_숫자 9와 6은 반대로 돌려도 동일한 모습인 ‘순환’의 의미를 가진다.

 

1972년 로마 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에서 이미 지구는 유한하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지만, 더 많은 자원을 채굴하고 숲을 없애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없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배경에는 중국을 비롯한 저개발국가가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저렴한 인건비로 제품을 싸게 만드니 소비가 증가할 수밖에요. 이런 풍요로움에 취해 우리 뒤에 올 세대의 몫까지 깡그리 소비하는 중이고 결국 쓰레기를 넘치도록 남깁니다. 쓰레기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건 2018년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면서였어요. 그동안 중국은 전 세계의 쓰레기통이라 불리며 세계 쓰레기 중 절반을 처리했습니다. 산업화와 저렴한 원료 구입이라는 중국의 필요와 맞았던 거지요. 그러다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어요. 2017년 7월 플라스틱, 비닐, 섬유 등 24개 품목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를 세계 무역기구와 각 나라에 통보했고 2018년부터 수입 금지가 발효되었어요. 쓰레기를 어딘가로 떠넘기던 잘 사는 나라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그래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게 ‘제로 웨이스트’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생활에도 원칙이 있어요. 소비를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자는 낱말의 앞 글자를 따서 3R이라 합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소비를 줄여야겠지요.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해야 한다면 남겨진 것들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해야 합니다. 재사용과 재활용의 차이는 뭘까요? 말 그대로 씻어 다시 사용하면 재사용이고 형태를 변형시켜 새롭게 물건을 만들면 재활용입니다. 공병 보증금이 붙어있는 병에는 물건 가격에 이미 병값이 포함되어 있어요. 간혹 그깟 몇백 원 받자고 번거로울 필요가 있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사용 가능한 병을 재활용하게 되면 유리를 깨뜨려 녹여서 다시 만드느라 비용이 3배 이상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그래서 유리병의 경우 가능하면 재사용해야 합니다. 3R에 더해서 5R이 있는데요. 거절하기Refuse와 썩히기Rot입니다. 사은품이나 ‘1+1’ 등 물건을 덤으로 받는 경우 내게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멋지게 ‘거절’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지구 전체에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일 년에 40톤 화물차로 지구 7바퀴를 줄 세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해요. 가능하면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게 중요하고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 부산물들은 썩혀 거름으로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과소비 욕망을 줄이자


제로 웨이스트 5R 원칙과 더불어 두 가지를 더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꼭 필요한Required 소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는 것과 욕망을 줄이자Reduce는 겁니다. 무언가가 필요해서 소비를 해야 할 때 자신에게 세 번 질문해보는 겁니다. 정말 꼭 필요한 것이냐고요. 세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대체로 필요하지 않게 되더군요. 달리 대체할 물건을 찾아봐도 좋습니다. 집안 곳곳에 먼지 뒤집어쓰고 쌓여있는 물건 가운데 쓸 만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이렇게 신중하게 소비를 생각하다 보면 내 안에 자리한 욕망의 크기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7R의 마지막인 욕망을 줄이자는 부분을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점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아요. 욕망을 줄이면 소비는 자연스레 줄 테니까요.

 

키마 카길은 ‘과식의 심리학’에서 ‘소비의 깔때기’를 언급합니다.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며 지나친 소비(또는 먹기)로 자신을 파멸하기에 이르는 걸 소비의 깔때기로 지칭하는데요. 소비의 깔때기의 근원에는 ‘텅 빈 자아’가 있다고 합니다. 헛헛한 마음으로 소비를 한다는 거지요. 과식 역시 소비의 맥락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해요. 다시 말해서 내면의 자아가 튼실할수록 소비에 휘둘리는 일은 줄어들 거라는 얘깁니다. 소비는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폐기물을 남깁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인데 우리 삶은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완전히 위배하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쓰레기는 지구에 대한 우리의 무례입니다.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적을수록 풍요로움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