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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과 가심비의
끝판왕 아트토이

글. 이지혜 아트 컬렉터, <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 저자 

사진제공. 셔터스톡, artsy.net

 

아트토이는 수익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심비’ 끝판왕의 투자처이기도 하다. “그저 장난감이 무슨?”하는 생각을 한다면 오판이다. 투자처로서 아트토이의 매력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높은 투자가치에 소장의 즐거움까지

_미국 디트로이트 시 컴퓨웨어 빌딩 앞에 설치된 5.2m 높이의 카우스 작품 ‘기다림’

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투자의 매력은 알면 알수록 다양하지만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소장의 즐거움’일 것이다. 언뜻 들으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나, 다른 투자수단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단적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면 내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등기부등본밖에 없다. 주식이나 펀드를 더 예로 들지 않아도 여기서 미술품이 가진 핵심 가치는 극대화된다. 미술품이 다른 자산들에 비해 안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경제 시장이 악화되어 투자자산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컬렉터들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되파는 쪽보다는 장기적으로 소장하면서 내가 원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작품을 마음껏 감상하며 긴 겨울을 보낸다. 

 

위에서 말했듯, 오직 자산 증식을 위해서만 컬렉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가치로만 접근한다면 금세 흥미를 잃게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전체의 피로도가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판화만큼 투자가치가 뛰어나면서 ‘가심비’까지 끝내주는 미술품이 있다. 바로 ‘아트토이’다. 아트토이는 다양한 캐릭터나 모티프로 만들어진 조형물에 디자이너나 작가의 그림을 입히거나 예술적인 세계관을 불어넣어 완성한 장난감을 말한다. 물론 처음 보면 “에게, 이게 뭐야?”, “이게 예술품이라고?”하는 의아한 마음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컬렉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의 경험담을 듣고 나면 어느새 아트토이의 매력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장난스러운 매력과 완벽한 작품 완성도 


_(좌)카우스, <피노키오>, 2018 나무, 39×19×18cm

(우)카우스 & 베어브릭(BE@RBRICK), , 2021 캐스트 레진, 71.1×35.6×22.9cm



우선 ‘카우스(Kaws)’의 아트토이를 우선 소개해보겠다. 1974년생인 카우스의 본명은 ‘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로 현재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 중 한명이다. 그래피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캔버스, 스크린 인쇄물로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면서 상업성과 예술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를 팝아트 형식으로 재해석하여, 보는 사람들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원화를 직접 보면 화려하고 캔버스를 덮은 명쾌한 색상과 완벽에 가까운 작품 완성도까지 느껴진다. 

카우스를 지금의 ‘글로벌 블루칩’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숨은 공신이 있다면 바로 아트토이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2010년에 딱 500개 한정으로 발매된 아트토이 ‘피노키오와 지미니 크리켓’은 지금까지 생산된 카우스의 아트토이 중 인기가 가장 높다. 최초 발매가는 한화로 약 18만 원이었으나 내가 구입했던 시점엔 시세가 500만 원 수준으로 치솟았고,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운 좋게도 친분이 있는 딜러를 통해 이 아트토이를 구매할 기회가 생겼는데, 막상 회화 작품도 아닌 아트토이를 500만 원이나 주고 사려고 하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당시 나는 이미 다양한 카우스 아트토이를 여러 점 소장하고 있었고, 머지않아 미술 시장에서 아트토이가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구입하는 그 순간까지 혼자 툴툴거렸다. ‘좋게 말해서 아트토이지, 사실 장난감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친구를 만나서도 ‘아트토이를 500만 원씩이나 주고 사다니 가격이 아니라 내가 미쳤다’, ‘그런데 또 귀엽긴 엄청 귀엽다’며 불평 반 자랑 반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처음엔 펄쩍 뛰며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말리던 친구는 차분히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더니 문득 자신도 하나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뉴욕 어퍼 이스트의 여러 미술관을 함께 다녀온 사이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수소문 끝에 같은 가격에 아트토이를 하나 더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그 새 마음이 바뀌었는지 전화를 거니 친구는 갑자기 없던 일로 하고 싶다고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아트토이 


미술품을 거래하기 전, 작품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구해달라는 요청에 ‘가벼운’ 것은 없다. 딜러는 컬렉터가 원하는 최상의 작품과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미술시장에서 발생하는 수만 가지 거래에 필요한 ‘매너’다. 결국 서로의 난처함을 피하기 위해 친구 대신 내가 그 아트토이를 구입하기로 했다. 보너스를 받자마자 그대로 털어 넣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똑같은 아트토이가 이미 하나 있는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음에도 구입을 결정한 건 이 작품을 지금 이 가격에 다시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하나는 되팔고 하나는 내가 계속 소장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나는 본의 아니게 500만 원 짜리 피노키오 시리즈를 두 개나 갖게 됐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맡게 된 피노키오의 근황은 어떨까? 2021년 1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 출품된 피노키오 시리즈는 한화로 2,200만 원에 낙찰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22년 3월의 경매에서 이 금액은 다시 한 번 경신되었는데, 낙찰가는 277,200홍콩 달러. 한화로 4,999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경매 수수료 약 25%를 포함하면 6천만 원이 훌쩍 넘게 된다. 내가 구입했던 금액인 500만 원에서 0이 하나 더 붙고도 남았다. 없던 일로 하자던 친구의 부탁이 새삼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좋은 미술품 알아보는 감식안 필요해 


컬렉터들은 각자의 예산에 맞게 작품을 선택한다. 물론 구매력이 충분해 작가의 원화를 턱턱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전략적인 컬렉팅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트토이는 발행가가 대부분 100만원 미만이므로 비교적 부담 없게 컬렉팅을 시작할 수 있다. <한경 비즈니스>에서 작년에 진행한 MZ세대의 주식 투자금을 조사했을 때 누적투자금을 1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의 응답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자면, 아트토이 만큼 미술품 투자에 적합한 것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낮은 금액대만큼 가격 상승 폭도 높으며 소장기간 자체가 빨라 미술품 치고는 거래가 빨리 이루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미술품의 특성에 근거하지 않은 투자는 그저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강조했지만, 아트테크를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미술품이 자산이기에 앞서 예술품이라는 점이다. 좋은 미술품을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켜 ‘감식안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감식안은 가치나 진위 여부를 가리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감성과 직관력, 그리고 지성을 아울러 내포한다. 다시 말해, 미술품을 사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은 자본이 아니라 바로 지성이라는 재화다. 

 

_카우스, <피노키오와 지미니 크리켓>, 2010 채색 캐스트 비닐, 25.5×13×1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