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거사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및 문화 침탈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성신여대 교수이자 한국홍보활동가인 서경덕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전 세계에 올바른 한국 정보를 널리 알리기 위해 1년 365일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한국 홍보는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지난 2005년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에 관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전 국민이 함께 분노했고 그 소식은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서경덕 교수에게도 전해졌다. 일개 작은 지자체의 조례이지만 “이건 선을 넘는 반칙 행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분노만 표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그저 독도가 한일간 영토 분쟁지역이라는 인식만 심어주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입니다.’라는 문구를 대문짝 만하게 실은 뉴욕 타임스 광고였다.
“일본의 잘못된 행태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제대로 알려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고 신뢰하는 언론매체가 무엇일까. 그러다가 역시 뉴욕타임스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거죠. 민간 차원에서 사비를 털어 진행한 광고였기 때문에 국내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경덕 교수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세계에 알리는 한국홍보전문가로 활동하게 됐다. 독도뿐 아니라 동해 표기, 일본군 위안부, 욱일기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세계 유수 언론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한식, 한복, 한글 등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세계김치연구소 글로벌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중국이 김치의 원조가 자기네들 파오차이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몇 년 전부터 해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중국의 이러한 김치공정을 역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파오차이와 우리의 김치의 차이점, 김치의 정확한 발음 등에 대한 동영상을 지금 제작 중입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우리 김치의 우수성과 정통성을 세계인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서 교수의 생각이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한국을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그가 무슨 발언을 할 때마다 그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세계적으로도 그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경제력에 걸맞는 소프트파워 가져야
독도 광고 이전에 서경덕 교수가 ‘나라 사랑’에 눈을 뜬 계기가 있었다.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 당시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많은 수출을 하는 경제대국이었는데도 그에 걸맞는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전 누가 봐도 토종 한국인처럼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저를 보고 계속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물어보고 한국을 아예 떠올리지 못하더군요. 한국인이라고 가르쳐주면 그 다음 질문은 ‘북쪽이냐, 남쪽이냐’였어요. 경제적으로만 잘산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외신에서도 북한의 핵개발이나 도발 등에 관한 뉴스만 많았던 시절이었으니, 한국 하면 ‘남북이 서로 대치하는 나라’라는 인식만 있었던 것. 지금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세계 곳곳에 케이팝 팬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그동안 정말 눈부시게 높아진 것이다. 서경덕 교수 같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갈 길은 멀다. 지난 7월 5일에는 미국의 인기 팝 밴드인 마룬파이브가 세계 투어를 앞두고 홈페이지에 욱일기 문양을 내걸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 교수는 바로 욱일기 삭제를 요청하는 항의 메일을 보냈고 관련 내용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함께 항의했고 결국 이틀 만에 해당 밴드는 욱일기를 내렸다. 서 교수는 공식 사과가 없어서 아쉽지만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는 좋은 선례가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래지향적 관계 위해선 과거사 해결이 먼저
우리 입장에서는 그의 활동이 너무나도 고맙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런 그의 활동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세력들도 많다. 특히 일본 우익들은 그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에게 협박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예사가 됐다.
“그런 이메일을 보면 제목부터 ‘Kill you(너를 죽이겠다)’가 들어가요. 또 한번은 욱일기 사진에 우리 딸 얼굴을 합성해서 보내면서 ‘네 딸도 조심해라’며 협박하더군요. 저한테 그러는 건 상관없는데 제 가족까지 건드리는 인간 이하의 짓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좋지 않죠.“
반면, 그가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을 보고 과거 역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됐다며 고마워하는 외국인들의 메시지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큰 보람을 느끼며,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시정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된다고.
“한×중×일이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데 이걸 덮어두고 무조건 잘 지내자고만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서경덕 교수는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독도 상공에서 초대형 드론 쇼 펼칠 계획
그는 일반 국민들도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해외에 여행 가서 매너 있게 행동하는 것도 한국 홍보 활동입니다. 예전에 한번 해외에서 어느 뷔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거기에 “음식을 싸가지고 가지 마세요.”라는 한글 안내문이 적혀 있더라고요. ‘그런 행동을 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많았으면’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요.”
해외에서 매너 있는 행동을 하면 한국에 대한 인식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다. 이에 더해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는 또한 한국 홍보 활동에 많은 지원과 참여를 해주었던 유명인사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수 김장훈, 방송인 서경석, 배우 송혜교 등이 물심양면으로 그의 캠페인에 동참해주었다.
지난 2020년에는 배우 송혜교와 함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 관람객들이 무료로 볼 수 있는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연말까지 다양한 활동 계획으로 그의 달력은 꽉 차 있다. 그 중에서도 독도 상공에서 펼쳐질 초대형 드론 쇼는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IT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독도를 세계인에게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김치, 비빔밥, 한글 등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정도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부디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응원하고 동참하길 바란다.
발문)
“한×중×일이 미래지향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덮어두고 무조건 잘 지내자고만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