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이웃과의 왕래는 단절된 지 오래다. 그런데 영도구에 특별한 마을공동체가 나타났다. 친목을 넘어서 교육, 문화예술 활동과 더불어 실천적 환경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영도희망21이다. 마을교육활동가이면서 그린맹모삼천지교를 실천 중인 이송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터전을 지키는 영도기후행동
영도희망21은 2011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창립하였으며, ‘동삼희망주식회사’를 설립해 마을카페 ‘영도애’를 운영 중이다. 또한 ‘동삼마을교육공동체’와 문화공간 ‘작당놀이터’를 통해 10년 넘게 주민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중 영도희망21이 환경 문제까지 나서게 된 것은 ‘에코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라고.
“저희는 환경 활동을 하는 단체는 아니었어요. 2018년 비영리 민간단체 사업을 지원받으면서 1년에 1~2번 정도 에코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환경 문제가 엄청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이 필요하단 생각에 ‘영도기후행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도기후행동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건 소식을 듣고서부터였다. 영도구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언제든 오염수와 직면할 수 있었기 때문. 터전을 지키는 일이 기후행동의 시작이라 여기며 주민들과 청소년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지역민들에게 알리고 바다 쓰레기를 주우며 ‘행동’을 한 것이다. 꾸준한 활동 덕분에 언론에도 알려지고 함께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환경활동가로 성장하는 계기도 되었단다.
배달하는 환경 운동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 점에 공감하던 이송미 대표는 ‘행동을 배달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환경의 날, 바다의 날뿐만 아니라 비닐봉투가 없는 날, 생명다양성의 날 등 환경과 관련된 날들이 엄청 많아요. 매달 환경에 관한 행사와 내용을 배달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후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에 마을 커뮤니티에 웹자보 형식으로 ‘월간영도기후행동’을 배달하게 되었죠.”
매년 청소년봉사단으로 활동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주민, 학부형, 대학생 등 100명이 월간영도기후행동을 신청해 구독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활동한 기후 행동을 공유하고 있으며, 환경교육도 함께 받고 있다. 더불어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대규모 행동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송미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동으로 독도의 날에 후쿠시마 오염수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퍼포먼스를 할 때를 꼽았다.
“학생들의 아버지들이 현수막들을 들고 오염수 역할을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 없던 아버지들이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줬다는 점에서 울림을 주더라고요.”
특히 환경 문제는 강요가 아닌 공감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송미 대표. 이를 위해 아이들이 ‘환경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진행 중이며, 훗날 환경을 지키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환경 생태 문화 축제를 꿈꾸며
바다 쓰레기로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이 ‘담배꽁초’라고 한다. 특히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엄청나다는 것. 이에 영도기후행동에서는 ‘여기서부터 바다입니다’라는 행사를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비점오염원 저감 조례’가 만들어졌다.
또한 영도희망21에서는 체르노빌로 죽어간 나무를 추모하며 춤을 췄던 역사를 모티브로 지난 6월 바다 쓰레기를 둘러싸고 춤을 추기도 했다. 더불어 캘리그라피를 통해 피켓을 아름답게 꾸미기도 하고, 에코백에 그림을 그리는 등 환경 운동을 문화예술로 승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송미 대표는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는 것도 환경 운동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故박경리 선생님께서는 ‘자연을 건드릴 때 원금을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라’라고 말씀하셨어요. 백번 공감해요. 영도구는 부산에서 인구 감소 1위거든요. 그만큼 한 명의 아이가 너무 귀해요. 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일이라 생각해요.”
환경 캠페인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영도구만의 환경 생태 문화 축제를 만들기를 꿈꾸는 영도희망21. 그들이 만들어나갈 푸른 미래를 함께 응원한다.
■ 영도희망21 부산 영도구 동삼로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