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상희 당감동지점 PB
요즘 신문 경제면에서 제일 많이 접하는 단어는 ‘인플레이션’일 것이다. 신문뿐만이 아니다. 아침마다 들르는 커피가게 사장님도, 점심때마다 맛깔 나는 솜씨로 주린 배를 채워주는 단골식당 이모도, 매주 눈도장 찍는 주유소 사장님도 모두 “물가가 너무 올라 못 살겠다.”고 하신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해 알아보자.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공포
한국 시간으로 지난 6월 16일 목요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에서 75bp(0.75%, bp는 베이시스 포인트의 약자로, 0.01퍼센트포인트를 의미함) 금리 인상을 발표하였다. 1994년 이후 28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6월 초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폭의 인상으로 이를 두고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연준은 왜 이렇게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하게 되었을까? 5월 말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고, 중국도 코로나발 봉쇄를 슬슬 풀고 생산에 나설 것이며, 석유수출국기구 OPEC도 석유를 증산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경기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4월 8.3%보다 상승하였고,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 폭이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ore)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6.0%나 올랐고, 전달보다는 0.6% 올랐다. 다시 세계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경기 침체가 동반할 것이라는 공포가 퍼졌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물가 잡기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은 가치의 손실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오늘 1,000원에 살 수 있었던 라면을 자고 일어났더니 1,500원에 사야 한다면, 하룻밤 사이 나의 500원은 증발해버리는 것과 같아진다. 국민들 마음속에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자리 잡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더 가속도를 내게 된다. 그렇기에 인플레이션 억제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주체들이 물가와 임금의 인상을 당연시 하게 되면 노동자는 임금을 받아도 실질구매력이 줄어 살기 힘들어지고, 기업도 가격을 올려 받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 이익이 줄어든다. 물가를 잡기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비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75bp라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 안정에 중심을 두었던 정책 방향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움직이겠다는 입장 변화를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경기침체 부작용 견뎌내야
그렇다면 금리만 올리면, 물가도 안정되고 경기도 다시 살아나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지만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에 걸쳐 세계적 양적완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풍부해진 시장의 돈은 기업들의 생산 활동보다 금융투자 시장으로 주로 흘러 들어가면서 주식, 부동산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까지 거대한 유동성 장세를 펼쳤다. 미국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7200대에서 작년 36,000까지 5배,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500대에서 15,000대로 10배 뛰었다. 자산시장의 거품 이야기가 나올 만 하다. 이렇게 팽창해 있는 자산들이 금리 급등기와 양적 긴축에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게 된다면 그 낙폭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목도하고 있는 세계 증시와 가상자산의 하락은 자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과정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렇게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마치 의사가 ‘항생제’를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나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의사도, 환자의 보호자도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환자의 건강 상태! 부작용을 견뎌내야 한다. 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물이 빠져 봐야,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우리에게 청사진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도 옥석을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는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