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좋은 물건, 브랜드 가치에 이어 ‘가치소비에 부합하는가’가 주요한 소비 요건이 되었다. 판매자의 선행과 미담에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소비자는 선한 판매자를 돈쭐 내고 싶다!’
돈쭐 내다?
요즘 소비 트렌드는 보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이를테면 돈쭐. 신조어라는 게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사라지니, ‘돈쭐’이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을 수 있다. 돈쭐이란 돈과 혼쭐내다가 합해진 신조어로 정의로운 일을 했거나 타의 귀감이 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의미의 단어다. 코로나 시기는 모두를 어렵게 했지만, 미담과 선행의 필요를 일깨웠다. ‘돈으로 혼내주자’의 의미는 선행을 베푼 판매자를 향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팔아주기’운동이다.
소문으로 자자한 ‘돈쭐’사건들
2021년 5월 SNS상에서 편백나무 사장님의 선행이 알려졌다. 고객이 암 투병 중인 것을 알고는 ‘폐업을 고민할 만큼 어려운 사정이라 공짜로 보내드릴 수는 없다. 보내드린 선물의 가격은 완쾌입니다.’라는 감동적인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보낸 것이다. 상황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주문하는 바람에 주문량이 폭주했다. 2021년 12월 언론사 뉴스에는 어려운 생계 때문에 딸의 생일날 외상으로 피자를 주문한 고객을 외면하지 않은 피자가게 사장님이 소개되었다. 그는 결제 완료 처리를 하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주세요.’라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피자를 보냈다. 이 소식을 접한 또 다른 고객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써 달라며 피자값으로 10만 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 예능 <유퀴즈온더블록>에서는 LG의인상을 수상한 빵식이 아저씨가 출현했다. 2번이나 상을 거절했다는 그의 재산은 월세로 운영 중인 빵집과 13년 된 차 한 대. 그는 못 먹고 못 살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등굣길 아이들에게 1년 6개월째 매일 무료로 빵을 나눠주고 있었다. 사연이 알려지자 어떤 사람들은 이름 없이 그의 빵집에 와서 100만 원 봉투를 툭 던져놓는가 하면,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결제하기도 했다. 이렇듯 판매자의 의도치 않은 선행이 알려지며 ‘돈쭐’을 내주는 소비자들의 이야기는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콧(buycott, 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소비 형태, 미닝 아웃
이렇듯 돈쭐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미닝아웃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닝아웃이란 신념(meaning)과 나오다(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신념과 가치, 즉 나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소비 형태이다. 소비자는 접근하기 쉬운 SNS로 미담 행렬을 간파하고 동참하며,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주저 없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를 따라 기업의 운영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 선행에 앞장서는 기업의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재료로만 국한되지 않고 경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기업의 가치 소비 독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파타고니아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의류 산업은 매년 막대한 의류 폐기물을 발생시키며, 기후를 악화시키는 오염원 중 10%를 배출합니다. 파타고니아를 포함해 지구상의 어떤 의류 브랜드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는 카피로 환경 운동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또한 최대한 오래 입고, 망가지면 고쳐 입고, 가능하다면 나눠 입고 물려 입기를 바란다는 기업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올바른 세탁법 안내는 물론 매장에서는 수선 및 헌 옷 수거를 하고 있어 소비자는 쉽게 동참한다. 라벨이 없는 용기 이른바 ‘라벨 프리(Label free)’제품은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충족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1월,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1분기 기준 라벨 생수에 비해 판매량이 500% 급증했고 타 업계들도 뒤따라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GS편의점의 무라벨 PB 생수도 21년 4월까지 매달 2배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의 가치 판매에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하여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 어떤 새로운 시너지를 가져올지 앞으로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