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원형 생태환경 작가,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시민협력분과 위원
맹그로브 숲은 토양, 잎, 가지 뿌리 등에서 방대한 양의 탄소를 흡수해 ‘블루 카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최근 맹그로브 숲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무려 4배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수많은 혜택을 주는 맹그로브 숲
아열대나 열대의 해안가, 하구 습지 등에 발달하는 숲을 맹그로브 숲이라 합니다. 어쩐지 이름도 멋지게 느껴지지 않나요? 쉼 없이 밀려오고 가는 바닷물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자라느라 맹그로브 숲에 있는 나무들은 뿌리가 특히 발달했어요. 파도에 지지 않으려고 뿌리가 땅을 꽉 움켜잡으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이리저리 뿌리가 파고든 땅속으로 산소가 활발하게 유입되고 이렇게 생긴 틈에 양분이 저장됩니다. 맹그로브 숲은 이렇듯 복잡한 뿌리 덕분에 물고기를 비롯한 여러 생물에게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먹이도 풍부해서 생물다양성이 대단히 높은 생태계를 이룹니다. 이런 관계를 알면 알수록 지구 생태계는 어쩌면 이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며 살아왔는지 경외감마저 느껴지곤 합니다.
7월 26일은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입니다. 굳이 생태계를 보존하는 날이라 못 박은 까닭은 맹그로브 숲이 지닌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함께 보전하기 위해서일 거예요.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의 숲 파괴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맹그로브를 볼 수 없는 곳에 살다 보니 맹그로브 숲 파괴를 체감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지요.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지만 전 세계 열대우림의 1% 미만이고 전 세계 산림의 0.4% 미만을 차지할 만큼 드문 생태계이니까요. 그렇지만 맹그로브 숲에서 나는 목재, 생선, 게, 새우, 조개, 그리고 의약품 등의 혜택을 많은 나라가 보고 있어요.
맹그로브 숲이 주는 이로움은 그 밖에도 많습니다. 파도로부터 해안 침식을 막아주고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해안에 와 닿는 파도와 바람이 맹그로브 숲을 통과하면서 에너지가 줄어들어 여러 자연재해를 완화하기 때문이지요. 그 덕분에 해발 고도가 낮은 연안에서도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거고요.
쓰나미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다
이런 맹그로브 숲이 지난 40년간 전 세계적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맹그로브 숲의 최대 서식지는 동남아시아로 그 가운데서도 인도네시아는 350만 ha에 이를 정도로 맹그로브 숲이 많았지만 180만 ha가 파괴되었어요. 해저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그 에너지로 만들어진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해안가 주민들이 피해를 봅니다. 그렇지만 그 피해는 대체로 지역 사람들이 감당할만한 크기였을 거예요. 그러니 그곳에서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살았겠지요.
최근 들어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반다아체 앞바다 해저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어요. 지진에 뒤이어 최고 30m 높이의 쓰나미가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은 물론 스리랑카, 인도, 말레이시아 등 인도양 연안 12개 나라를 강타했어요. 이 쓰나미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던 관광객을 포함해서 23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어요. 그런데 같은 쓰나미 피해지역이었던 몰디브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몰디브는 섬 주위에 형성된 맹그로브와 산호초가 주요 관광자원이기에 개발 대신 보전을 선택했고 그런 자연 지형이 몰디브 사람들을 쓰나미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 거지요.
조상 대대로 해안가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맹그로브 숲이 주는 혜택을 모를 리 없는데 맹그로브 숲을 왜 파괴하는 걸까요? 오래전부터 해안가에 자리를 지켜온 맹그로브 숲을 사람들은 쓸모없는 곳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정확히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눈에 그리 보이지 않았을까요? 당장 그곳에서 눈에 보이는 어떤 물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연안을 개발했겠지요. 맹그로브 숲이 사라진 자리에 수영장을 갖춘 근사한 리조트가 세워지고 레스토랑, 쇼핑몰 등 관광시설이 들어섭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어쩌면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까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바뀐 풍경을 우리는 흔히 발전이라 표현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해안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입니다. 관광 수입으로 살만해졌다고 해도 맹그로브 숲이 사라진 해안가로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쓸어가 버린다면 과연 개발은 이익을 가져다준 걸까요?
새우나 관광보다 더 소중한 맹그로브 숲
해안가를 따라 맹그로브 숲이 울창했던 곳이 새우양식장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새우 수출이 세계 4위 수준일 정도로 새우를 많이 양식하는데,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맹그로브 숲을 벌목하고 그 자리에 새우양식장을 만듭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새우를 기르는 양식장에 항생제와 살충제는 불가피합니다. 또 사료와 배설물 등이 양식장 바닥에 쌓이면서 해안을 오염시킵니다.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니 물고기도 사라질 테고요. 소규모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지역주민들의 생계권은 박탈당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을 진행한다면 100년 안에 맹그로브 숲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면서 가져올 결과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마다 겨울부터 봄이 되도록 가물고 산불 발생도 빈번해지고 있어요. 인도, 스페인, 유럽 등에서는 이른 봄부터 폭염에 시달리는 등 최근 기후 시스템의 변화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과다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원인인데요. 맹그로브 숲은 토양, 잎, 가지 뿌리 등에서 방대한 양의 탄소를 흡수합니다. 1ha의 맹그로브 숲이 3,754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데 1년이면 자동차 2,650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을 정도라고 해요. 그래서 맹그로브 숲을 블루 카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맹그로브 숲뿐 아니라 염습지, 잘피림 등 해양생태계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블루 카본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열대우림보다 2~5배 뛰어난 맹그로브 숲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무려 4배 빠르게 소실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갯벌이 해마다 승용차 20만 대가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 48만 4,500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2021년에 발표되었지요.
그렇다면 이 소중한 맹그로브 생태계를 우리가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요? 새우양식장에서 길러진 새우 소비를 줄이는 것도 맹그로브 숲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를 선택하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자 해외로 휴가 계획을 잡느라 바쁜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 휴가지가 맹그로브 숲을 밀어내고 들어선 곳이 아니길 바랍니다.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자연은 그곳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을 맹그로브 숲을 통해 배웁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면서 음식을, 관광의 즐거움을 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