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효재, 자연 발효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효재는 자연이 주는 선물인 ‘발효’를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김단아 대표를 만나 그와 발효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막걸리와의 오랜 인연
_연효재 김단아 대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발효 음식을 먹지 않습니까. 김치, 된장찌개, 김치찌개 다 발효음식이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 각자가 발효를 경험한 기간이 엄청나요.”
연효재가 문을 연 건 2010년이다. 우리 술과 발효음식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공간 ‘연효재’의 김단아 대표는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람에게 우리 전통 ‘발효’를 전파하고 있다. 김단아 대표는 2005년 우연히 맛본 밀주 맛에 반해 그 밀주를 만든 어르신에게 만드는 법을 여쭤봤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같은 날 누룩 만드는 집을 발견했고, 이 밀주 비법과 누룩으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직접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김단아 대표와 막걸리의 인연은 그보다도 훨씬 오래됐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먹다 남은 막걸리를 버리지 않고 놔두셨다가 세수하는 걸 봤어요. 너무 놀랐었는데, 한편으로는 마시는 걸 씻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때의 놀라움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던 김단아 대표는 연효재 이전에 누비엔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며 막걸리로 비누를 만들었다. 그러한 경험이 모여 연효재는 단순히 막걸리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발효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K-푸드의 세계화에 앞장서다

농림축산부 지정 우리술교육훈련기관 11호, 사회적 기업,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 공모전 장려상 수상, 모두 연효재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연효재가 문을 연 당시만 해도 우리술교육훈련기관은 많지 않았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연효재가 유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통주는 케케묵었다’. ‘막걸리 배우는 법을 왜 배워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김치 외에도 된장, 간장, 장아찌 등 한국의 발효는 굉장히 우수합니다. 우리는 너무 흔하게 접하다 보니 그 소중함이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연효재가 자리 잡기까지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발효에 관심을 갖도록 홍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을 체험, 관광과 접목하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전통 발효를 알렸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닫히기 직전 독일언론인들의 체험이 있었는데 연효재에서의 경험을 대서특필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연효재를 꼽기도 했다. 현재 연효재는 경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제는 가르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집으로 초대한 손님에게 연효재만의 발효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가양주 복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김단아 대표는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사람들이 발효를 조금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멈추지 않는 발효의 변신
“맛의 깊이감은 짧은 시간에 절대 얻어지지 않아요. 세월을 녹여내야만 나오는 결정체라고 볼 수 있죠. 거기에 만든 사람의 영혼이 담겨서 완성되는 음식은 먹는 순간 딱 느낌이 오거든요.”
김단아 대표는 이제 젊은 사람들도 자연과 가깝고 장인 정신이 깃든 먹을거리를 원하는 것 같다며, 이런 흐름이 우리 전통 발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거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다만, 우리 술도 다른 나라의 술처럼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시는 걸로만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 술도 스테이크를 구울 때나 수육을 삶을 때 넣을 수 있고, 술을 만들고 남은 지게미로는 반찬도 만들 수 있어요. 쌀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분해 효소도 많고요.”
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술이 만들어져야 하고, 요즘 각광받고 있는 콤부차도 식초가 되기 전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김단아 대표는 그런 단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발효를 더욱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항상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많은 것을 주는 발효가 마치 ‘산타’ 같다고 한다. 그런데 제자를 키워내고 나아가 발효와 우리를 이어주는 김단아 대표야말로 진짜 산타가 아닐까.
■ 연효재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박달리 1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