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냄새,
놀라운 영양

발효는 흔히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을 일컫는다. 사실 발효 과정은 부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분해 이후 결과물이 우리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따라 발효냐 부패냐가 결정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발효 음식은 하나같이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다.

 

세계 속 기상천외 발효 음식

세상은 넓고 발효 음식은 많다. 우리나라의 김치, 청국장이나 일본의 낫토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부터 요구르트, 치즈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향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악취를 풍기는 개성 강한 음식도 있다. 특히 ‘키비악’, ‘홍어’, ‘수르스트뢰밍’의 악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먼저, 키비악은 바다표범과 바다쇠오리라는 새로 만드는 그린란드 북쪽 마을의 발효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바다표범의 배를 갈라 속을 비운 다음 바다쇠오리로 배 속을 가득 채우고 배를 꼼꼼하게 꿰맨다. 이때 바다쇠오리는 어떤 손질도 하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바다표범의 배는 새를 담는 항아리 역할을 하는 것이고, 벌레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배 겉면에 바다표범의 지방을 바른다. 여기에 돌을 쌓아 3개월 이상 발효시킨 후 배를 갈라 새를 꺼내 먹는다. 비록 만드는 과정과 그 모습 때문에 혐오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타민이 풍부해 북극의 추위와 맞서는 이누이트(에스키모)에게는 생존을 위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즐기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톡 쏘는 향이 잘 삭힌 홍어보다 조금 덜하고 숙성된 치즈 맛이 난다고 한다.

 

악취 발효 음식 도장 깨기

 _삭힌 홍어


악취만 놓고 보면 삭힌 홍어가 키비악보다 한 수 위. 홍어는 생선 자체가 특유의 냄새와 맛이 있고, 부위와 삭힌 정도에 따라서 냄새와 맛이 달라진다.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 회나 구이로도 즐기며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삭힌 홍어다. 삭힌 홍어는 암모니아 냄새의 절정이라고 표현할 만큼 냄새가 지독한 데다 자극적인 알싸한 맛이 입안을 맴돈다. 그런데 그게 또 매력이라 마니아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수육, 묵은지와 함께 삼합으로 즐기는 꽤 친숙한 발효 음식이다. 참고로, 홍어코는 홍어 부위 중에서 향과 맛이 가장 강해 홍어코를 먹으면 홍어 한 마리를 다 먹었다는 말까지 있다고 하니 홍어의 매력을 알아챈 사람라면 홍어코에도 한번 도전해 보자.

 

 _수르스트뢰밍

 

그리고 홍어의 100배 수준의 향을 자랑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스웨덴의 청어 발효 음식 수르스트뢰밍이다. 스웨덴어로 ‘수르(sur)’는 ‘시큼하다, 시다’, ‘스트륌밍’은 ‘발트해 청어’를 뜻한다. 수르스트뢰밍은 손질한 청어를 염장하여 2개월 이상 발효시킨 후 주로 통조림에 넣어 생산한다. 통조림 안에서도 발효가 진행되다 보니 냄새는 한층 더 고약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수르스트뢰밍에서 하수도 냄새,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고 표현할 정도. 맛은 의외로 짠맛이 강하고, 빵이나 크래커, 감자 등과 곁들여 먹는다. 세계 악취 발효 음식의 순위를 매길 때면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음식이라 악취의 위력이 가늠되지 않아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발효 음식의 마법 같은 효과

향도 맛도 좋은 발효 음식도 많은데 이렇게 참기 힘들 만큼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발효 음식이 존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특유의 ‘맛’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영양’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누이트가 키비악으로 비타민을 섭취했듯이 발효 음식으로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삭힌 홍어는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치에는 여러 종류의 유산균이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낫토는 단백질,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며 위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요구르트의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 생성은 억제시키는 반면 유익균은 증식시켜 장을 건강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고, 치즈는 칼슘, 단백질 등의 성분이 우유의 8배 이상 농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간세포의 기능을 강화시켜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이외에도 염증 완화, 혈당 개선, 체중 관리 등에 효과가 있는 발효 음식들이 있다. 발효 음식마다 어떤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지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즐긴다면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무엇이든 과유불급! 체질에 따라 몸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