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참새를 본 적이 언제던가 떠올려보면 언뜻 잘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도시 공간의 팽창과 소음으로 인해 참새도 점점 그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월 20일 세계 참새의 날을 맞아 참새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보자.
글. 최원형 생태환경 작가,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시민협력분과 위원
봄의 풍경에서 찾는 자연의 이치
노랑 생강나무꽃, 진홍 진달래꽃이 숲과 들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봄입니다. 나무들이 잎눈으로 꽃눈으로 한껏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리는 봄 숲은 아름답습니다. 봄에 놓칠 수 없는 소리 풍경은 새들의 합창입니다. 해뜨기 전부터 깨어나는 새들이 목청껏 노래를 시작하며 새벽을 엽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텃새들은 이즈음 짝을 찾느라 열심히 목청을 가다듬고 곡조를 뽑는 소리가 우리에게 또 하나의 풍경을 선물합니다. 짝을 찾고 둥지를 짓는 새들은 봄 나무에 어린잎이 돋아나 자라길 기다릴 거예요. 따스한 봄볕에 온화한 바람과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면 움츠렸던 잎눈이 활짝 펴지면서 쑥쑥 자랍니다. 때를 맞추어 애벌레들도 무수히 깨어납니다. 알을 품고 새끼를 부화시킨 새들은 애벌레를 열심히 물어다 나르며 새끼를 기릅니다. 자연의 이치는 톱니바퀴 맞물리듯 정확히 맞추어져 있어요. 공진화의 흔적입니다.
자동차 경적이나 엔진 소리는 참새의 수명을 줄이기도 한다.
생태계에서 새가 사라진다면
만약 새가 없다면 이 세상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애벌레를 잡아먹는 새가 사라지니 나무마다 돋아나는 잎들은 금세 애벌레에게 뜯어먹혀 버릴 겁니다. 광합성 공장인 잎이 사라진 나무는 생존이 가능할 까요? 머지않아 숲은 나무들의 무덤이 될 겁니다. 병충해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리 살충제를 뿌린다 한들 새가 사라진 숲을 복원하는 일은 불가 능할 겁니다. 황폐해진 숲은 녹색 댐의 역할을 할 수없으니 내리는 비는 많은 것들을 쓸어갈 테고 우리는 물 부족에 시달리며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단지 생태계에서 새가 사라졌을 뿐인데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생태계에서 조류의 역할이 과소 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조류의 생태계 서비스에 관해 조사하고 연구했습니다. 2018년 스위스 바젤대 생물학자들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조류가 먹어 치우는 곤충의 양이 지구 전체에 걸쳐 연간 대략 4억~5억 톤에 이른다는 겁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하는 인류의 연간 육류와 생선 소비량인 4억 톤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공존해야 할 이유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환경운동가가 참새 집을 만들어 나무에 설치하고 있다.
참새 소탕 작전에 나섰던 중국의 비극
일 년 내내 우리와 함께 사는 새가 있어요. 도시든 시골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있는 새, 참새입니다. 참새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새입니다. 그래서 참새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참새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어요. 참새가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 대개 갈색이고 조그맣고 귀엽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새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참새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참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력 넘치는 새입니다. 양쪽 뺨에 검은 반점이, 멱에는 검은 털이 특징입니다. 특히 볼수록 까맣고 반짝이는 눈이 사랑스러운 새가 참새입니다. 대부분 새가 사람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과 달리 참새는 사람 가까이 삽니다.
길에서 차에 치여 죽은 참새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일본 나가노현의 산간 지역에는 참새가 많이 살았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이 살지 않게 되자 참새도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농경지에 참새가 더 많이 살 것같지만 100헥타르당 주택가에는 452.7마리, 농경지 에는 14.2마리가 산다는 통계를 봐도 참새가 얼마나 사람 가까이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지요. 사람 곁에 살면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니 참새가 이런 선택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어쩌면 사람이 가장 무서운 천적일 수도 있는데, 사람을 방패 삼는 것을 보면 참새가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실제 사람이 참새의 최대 천적이었던 적이 있어요. 1958년 중국에서 농공업 증산을 목표로 마오쩌둥이 대약진운동을 추진합니다. 철강을 생산하려 숲은 말할 것도 없고 과수원 나무까지 벌목해서 용광로의 연료로 썼어요. 산이 헐벗으니 큰비가 내리면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그로 인해 농경지가 망가졌어요. 농사를 망치니 곡물 증산이 시급한 문제였는데 마침 참새가 곡식 낟알을 먹는 광경을 본 마오쩌둥은 참새 박멸을 지시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중국 대륙 전역에서 대대적인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졌고 1년 동안 참새를 무려 2억 1,000만 마리나 잡아들입니다.
곡식 낟알을 먹는 참새를 없앴으니 소출이 늘었을까요?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창궐하면서 전례 없는 흉작을 맞았습니다. 이 때문에 굶어 죽은 사람이 1,000만 명쯤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 사망자는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어떻게 우리에게 되돌아오는지 중국의 참새 소탕에서 교훈을 얻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양쪽 뺨에 검은 반점이, 멱에는 검은 털이 있는 것이 다른 텃새와 구별되는 참새의 특징이다.
새가 살아야 숲도 산다
3월 20일은 세계 참새의 날입니다. 특히 도시에서 참새를 보전하려는 취지에서 프랑스와 인도의 시민 단체들이 뜻을 모아 만든 날입니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참새 개체 수도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어요. 서식지가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도시가 인공물로 계속 채워지니 생명들은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를 채운 자동차 등의 소음도 참새의 생존을 위태롭게 합니다.
새들은 짝을 찾기 위해 지저귀는데 소음은 짝을 찾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고요. 자동차 경적이나 엔진 소리 등 교통 소음이 참새의 수명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기온 상승도 조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습니다. 아마존에 사는 조류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로 조류의 몸무게는 줄고 날개는 길어졌다고 해요. 기온 상승으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 크기를 줄이는 걸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새의 날은 소중합니다. 도심 한복판에도 참새는 둥지를 틉니다. 가로등이나 신호등의 좁은 틈새, 건물에 뚫린 실외기 구멍까지 어디든 참새가 들어갈 공간이 되면 비집고 들어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릅니다. 이렇게 참새가 주변에 살면서 적절하게 애벌레를 조절해줍니다. 가로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공원의 나무며 동네 가까운 숲도 적절히 관리하니 참새는 살아있는 살충제인 셈이지요.
떠들썩해지는 봄 숲에는 애벌레들도 꼼지락 등장할 겁니다. 벌레만 보면 몸이 먼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럼에도 숲에 벌레가 있기에 새들도 살아가는 거니 마음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새를 만날 때마다 새들이 우리에게 베푸는 역할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도시공원이나 가까운 숲에 좀 지저분한 덤불이 있다면 치워달라 민원을 넣기 전에 그곳이 새들의 쉼터이자 잠잘 공간이라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새가 살아야 숲도 살고 숲은 기후 위기 시대에 중요한 탄소 저장고이기도 하니까요.
참새는 도심 속에서 사람과 가까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