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하면 ‘광안리해변’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광안리해변 가까이 수영구 남천동에는 또 다른 명소, 빵천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꽃피는 봄 – 삼익비치아파트 벚꽃 터널
조금은 한적한 기운이 감도는 광안리해변의 끝자락. 나지막한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다.
맞은편 높다란 마린시티 건물과는 대비되는 모습 때문일까, 왠지 정감이 간다. 삼익비치 아파트는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세워졌는데, 삭막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주민들이 해변 도로와 아파트 단지 내에 벚나무를 심어 가꾸기 시작했다. 봄이 되면 도로 양옆으로 심어진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해 벚꽃 터널을 만들고, 바람이라도 불면 후두두 비처럼 떨어 지는 벚꽃잎이 장관이다. 벚꽃 터널을 걷다 보면 멀찍이 바다가 보인다. 푸른빛 바다와 분홍빛 벚꽃이라... 상상만으로도 저절로 기분 좋아지는 조합이다. 그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해 보자.
여유롭게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남천해변공원
여유를 채우다 - 남천해변공원
삼익비치아파트 바로 옆, 서너 개의 파라솔만 오도카니 백사장을 지키고 있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을이면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복작이는 광안리해 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남천해변공원은 이렇게 여유로운 봄날의 해변을 누리기에 맞춤인 장소다.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색을 즐기기에도,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기에도 좋다. 꼭 벤치가 아니더라도 데크 계단에 걸터앉아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소란했던 마음이 고요해지는 듯하다. 남천해변공원은 광안대교와 마린시티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자랑하는 만큼 밤이면 멋진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광남초등학교 담벼락에 앉아 있는 크고 귀여운 소년
걸음걸음마다 고소함 가득 – 빵천동, 광남초등학교 벽화
남천동에는 특별한 애칭이 하나 있다. 바로, ‘빵천동’이다. 광안리해변과 부산도시철도 남천역 사이의 일대를 부르는 이름으로, 남천동에 ‘빵’을 붙인 것이다. 빵집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이름까지 얻게 됐을까? 빵천동에는 오랫동안 동네를 지키고 있는 토박이 빵집을 비롯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빵집, 과자점 등 20개가 넘는 가게가 골목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날 수 있어서 빵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순례지로 여겨질 정도라고. 가게 몇 곳을 소개하면, 담백한 호밀빵으로 유명한 ‘무슈뱅상’과 팥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홍옥당’, 단팥빵과 스콘 맛이 일품인 ‘시엘로’ 등이 있다. 시엘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촬영 당시 배우 이영애에게 빵 굽는 기술을 지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천해변공원을 나서는 순간에도 횡단보도 건너편과 맞은편 골목 귀퉁이에 빵집이 보인다. 많은 골목 중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빵집보다 먼저한 소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쭈그리고 앉아 손에 든 돋보기로 무언가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높이 10m가 훌쩍 넘는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년은 빵천동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해주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소년처럼 호기심을 안고 보물찾기를 하듯 인생 빵집을 찾아보자.
프랑스 어느 빵집에 온 것만 같은 메트르아티정
부산에서 맛보는 프랑스 빵 - 메트르아티정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다 보니 3층짜리 건물에서 펄럭이고 있는 프랑스 국기가 눈에 띈다. 1층으로 시선을 옮기니 ‘BOULANGERIE(빵집)’라는 글자며 가게 외관도 이국적이다. 가게 이름은 ‘메트르아티정(Maitre Artisan)’, 프랑스어로 ‘장인’이라는 뜻이다.
메트르아티정은 프랑스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기유 다미앙 대표와 그의 아내 김은숙 대표가 운영하는 빵집으로, 남천동에서는 2014년에 문을 열었 다. 기유 다미앙 대표는 열일곱 살 때부터 빵을 만들기 시작해 30년 넘게 빵을 만들고 있다. ‘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게 이름을 지었으며, 프랑스에서 빵집 운영 경력, 제품의 수준, 고객의 반응 등을 검토해서 발급하는 ‘메트르아티정’이라는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능장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한다. 크루아상, 바게트, 까눌레가 유명하고, 빵은 프랑스 에서 만들던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연발효종 ‘르방’을 비롯해 밀가루 등 재료 대부분을 등급이 높은 프랑스 재료를 사용한다. 메트르아티정은 남천동이 빵천동이라 불리기 시작할 즈음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빵천동에 특색 있는 빵집이 모여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팥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홍옥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