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 ‘백구당’. 흰 갈매기라는 뜻의 백구당은 1959년부터 63 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다. 3대 주인장인 조재붕 대표를 만나 빵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
부산 중구 40계단길에서 멀지 않은 곳. 이곳에 멋진 벽돌건물의 ‘백구당’이 눈에 들어 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크지 않지만 깔끔하고 화사한 느낌의 내부가 보인다. 직원들이 부산하게 빵을 옮기고 있었는데 빵 냄새가 일품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조재붕 대표도 갓 구운 빵을 들고 나왔다. “반갑습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조 대표는 인터뷰가 익숙한 듯 반갑게 인사를 청했다.
백구당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으로 불리지만 맛으로도 유명하다. 부산시가 정하는 우리동네 명품빵집 27곳 중 한 곳이며 부산의 3대 빵집으로도 꼽히는 이곳에는 250여 가지의 빵이 있다. 그래서 취향에 맞는 빵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빵은 아버지께서 만든 ‘크로이즌’과 저희 직원이 만든 ‘쑥 쌀식빵’입니다. 크로이즌은 소보로가 얹혀 있는 빵 안에 옥수수가 들어 있어 매우 고소합니다. 쑥쌀식빵은 쑥이 들어간 식빵인데 쫀득쫀득한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또 견과류가 들어가 고소하고요. 그 밖에도 다양한 빵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가업을 잇다
조 대표는 할아버지 대부터 시작된 빵집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22년째 운영 중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다소 뻔한 이야기 같지만 원래 조 대표는 서울에서 건축학을 공부했고 대기업 건설사를 다녔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백구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 당시 집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백구당을 그만 둬야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습니다. 부산에 내려오면 항상 있는 제 고향과도 같은 빵집과 빵공장을 잃을 순 없었습니다.”
조 대표는 한국제과학교를 다니며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에서 경영 공부를 했다. 2000년에 부산으로 내려와 아버지에게 빵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았다. 아버지께서는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하셨단다. 맛을 속이지 말고 상품이 되지 않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백구당은 식품첨가물과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날 남은 빵은 전량 폐기한다.
“사람들이 백구당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세요. 제 생각에는 아버지께서 강조하신 기본에 충실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철재료 이용한 새로운 메뉴개발도 착착
조 대표는 빵과 경영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특히 직원 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각종 빵 대회에 나가도록 기회를 제공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다고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쑥쌀식 빵과 세리지에페스츄리와 같은 새로운 빵들이 탄생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직원들과 제철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계획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지금처럼 꾸준히 빵집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부산은행이야기> 구독자 여러분, 코로나19 가운데서도 건강하시고 항상 기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에게 분점 계획을 물었다. 유명한 백구당이지만 그는 새로운 지점을 낼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지금처럼 중앙동 이 자리에서 전통과 맛이 가득한 빵을 내놓을 생각이다. 빵에 대한 철학을 열심히 설명하는 그에게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백구당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