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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풍미했던
‘빵’ 이야기

빵 반죽을 만드는 제빵사의 모습이 그려진 고대 이집트 무덤의 벽화 

 

빵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이집트인이다. 토마토소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오랫동안 피자에 사용되지 못했다. 지난 1,000년 동안의 10대 발명품 중 하나는 베이글이다. 인류 역사를 풍미했던 빵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빵에 진심이었던 이집트인들

 

고대인들은 곡물을 뜨거운 돌에 굽거나 물을 섞어 죽처럼 끓여 먹었다. 아니면 걸쭉한 죽을 뜨거운 돌 위에 펴놓고 단단해질 때까지 구웠다. 그리스인들은 숯불에 구운 납작한 빵을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아서 보관하기도 했다. 살짝 부패해 시큼해진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 부드럽고 푹신 푹신한 빵이 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이들은 이집트인들이었다. 그들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빵을 ‘처음’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양귀비 씨, 참깨, 장뇌 등을 넣어 50가지의 다양한 빵을 만들어냈다.

모든 이집트인들이 빵을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먹었다는 사실은 당시 타 지역 사람들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이집트의 하류계급은 거의 빵으로만 끼니를 때웠다. 그래서 다른 고대인들 사이에서 이집트인은 ‘빵을 먹는 사람들’로 불렸다. 이는 이집트인을 놀리는 말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칭송하는 말이기도 했다.


피자에 토마토소스는 원래 없었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담백한 맛의 빵 위에 각종 재료를 얹어 구워냈던 것이 피자의 시초다. 그러나 초창기 피자에는 토마토소스가 사용되지 않았다. 토마토는 이미 15세기말에 유럽에 들어왔지만 오랫동안 터부시되다가 18세 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사용된 것이다. 토마토가 터부시된 이유는 사람을 성적으로 흥분시키고 음란한 마음이 일게 하는 최음제 성분이 토마토에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돈 없는 서민들의 길거리 음식이었던 피자는 값싼 토마토를 재료로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토마토소스를 쓴 피자는 곧 큰 인기를 끌면서 이탈리아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마침내 1889년, 이탈리아 왕비였던 마르게리타는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말로만 듣던 피자를 먹어보고 그 맛에 크게 감동하고 기뻐했으며 이는 피자가 이탈리아의 국민음식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왕비가 먹었던 피자는 그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로 불리며 오늘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왕비가 사랑했던 마르게리타 피자  

 

유대인의 베이글, 뉴욕의 상징이 되다 

 

베이글은 그 기원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16~17세기초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먹던 빵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 빵은 유대어로 ‘반지’, ‘고리’를 뜻하는 ‘베이글’로 불렸는데, 이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모양에서 착안한 것이다. 19세기 초 러시아의 핍박에 못 이겨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은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베이글 사업이었다. 뉴욕에서 시작한 베이글 가게는 곧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또한 유대인들은 대규모 무역업을 하며 많은 자본을 축적하였다. 그들이 미국의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지배계급으로 떠오르게 되자 베이글도 덩달아 ‘빵’ 의 주류로 편입됐다. 유대인의 후손들 중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한 단골 베이글 카페를 자주 찾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아침 식사로 베이글을 즐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99년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는 특집 기사에서 지난 1,000년 동안의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베이글을 뽑았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뉴욕 월가를 점령한 유대인들의 베이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들이 아침 식사를 즐기는 베이글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