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션은 주식처럼 투자수익의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다. 작품을 소장한 사람에게 작품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과 미적 가치 그리고 예술적 경험은 주식 투자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품 컬렉션은 가장 고상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글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주목받다
전 세계 미술시장은 유례없는 호황기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와 자산 가격 급등, 밀레니얼 세대와 신흥 부자들의 유입으로 2021년 세계 3대 경매회사 들의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소더비 73억 달러, 크리 스티 71억 달러, 필립스 12억 달러로, 소더비는 1744년 설립 이후 270여 년 만에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작년 경매 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창가에 앉은 여인>(1932년 작)으로 1억 340만 달러(약 1,233억 원)에 낙찰되었다.
국내 미술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경매회사 8곳의 낙찰총액은 약 3,30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3배 규모로 커졌고, 이는 1998년에 시작된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대치다.
국내 경매에서 최고가 작품은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1981년 작 <호박>으로 54억 5,000만 원에 팔렸다(낙찰 수수료 제외).
코로나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과 함께 투자 열풍이 주식, 부동산, 채권을 거쳐 미술시장까지 확장되었고, 이건희 컬렉션으로 인해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긍정적 으로 변화되었다. 더불어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가 미술 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으로 꾸준히 유입된 것이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작년 1월 작고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의 작품에 대한 폭발적 관심과 수요는 미술시장의 활황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동안 미술품 거래, 미술품 컬렉션의 세계는 폐쇄적이며, 일부 부자의 전유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거침없는 소비성향을 지닌 젊은 컬렉터들이 유입되며 미술품 구입에 대한 시선이 변모했다.
더불어 자산으로 작품 가치의 상승은 미술품을 통한 재테크를 뜻하는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아트테 크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물론 아트 테크가 각광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 가운데 호황기에는 언제나 아트테크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2020년 말 개정된 소득세법은 컬렉터들의 심리적 허들을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데 생기는 양도차익은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되며, 최고 세율이 45%에서 20%로 하향 조정되었다. 더욱이 작품 가격이 6,000만 원 미만이거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일 경우,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미술품 투자는 장기적으로 봐야
서론이 다소 길었다. 그럼 성공적인 미술품 컬렉션과 아트 테크, 어떻게 해야 하나. 이유 불문하고 미술품 컬렉션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소장 욕구, 그리고 향유의 즐거움이다. 다양한 예술 장르 중 오직 미술품만이 온전히 내 것으로 독점 소유할 수 있고, 작품에는 작가의 예술 세계와 가치관, 그리고 숨결과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어 그것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 컬렉터는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친구이자 후원자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미술품 투자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최소 7년에서 10년 이상을 권한다. 미술품의 가치는 ‘안목’과 ‘취향’의 영역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저평가된 작가나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작가를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 미술시장도 주식시 장과 다르지 않다. 위험도 있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안 목을 기르지 않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고픈 것은 미술품 컬렉션은 주식처럼 투자수익의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작품을 소장한 사람에게 작품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과 미적 가치 그리고 예술적 경험은 주식 투자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미술품 컬렉 션은 가장 고상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싸고 좋은 작품은 절대 없다
다음은 미술품 가격 결정의 요인과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작품의 가격은 희소성, 보존상태, 제작연대와 소장이력, 전시이력, 주요 미술관의 소장여부, 작가의 명성 등으로 결정된다. 그중 프로비넌스(Provenance)라고 하는 작품 소장이력은 미술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가격결정 요인으로, 유명한 컬렉터나 기관이 소장했던 것일수록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또 동일한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시리즈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일지라도 제작 시기별로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평생 물방울만 그린 김창열의 작품이라도 1970년대 제작된 작품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점, 선, 바람, 조응, 대화 시리즈로 변화한 이우환의 작품도 점 시리즈 작품이 가장 고가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경매회 사나 갤러리를 통해 구입할 것을 권한다. 미술시장이 호황 일수록 달콤한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싸고 좋은 작품은 절대 없다. 안목을 키우기 위해 항상 정보에 안테 나를 세우고, 갤러리와 경매회사를 자주 방문해 작품을 직접 보며 시각적 훈련을 하기를 바란다. 전문가의 평가와 조언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선뜻 고가의 작품을 구매하기가 어렵 다면, 거장의 소품이나 판화 작품으로 컬렉션을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다. 합리적인 가격에서 미술품 컬렉션을 경험할 수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결코 컬렉션을 위해 ‘공부’하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개인의 심미적 만족감과 예술적 경험을 넘어서 투자의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공부해야 한다. 미술시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각자의 취향과 안목, 그리고 미학적 시선으로 작가와 작품을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원한다. 사재기 투자, 묻지마 투자에 흔들리지 말고, 신중하지만 즐겁게 공부하는 미술품 컬렉션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