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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본격적 안목키우기

글. 이지혜 아트 컬렉터, <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 저자 

사진제공. 케이옥션 

 

제품이 아닌 작품, 미술품에도 수작(秀作)이 있고 태작(駄作)이 있다? 기본기를 쌓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좋은 작품을 고르기 위한 안목을 높여 보자. 여기에 바로 성공적 아트테크를 위한 심층 가이드라인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오르는 매력 

 



아트테크가 가진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미술품이 가진 독보적 매력은 단연 ‘그림을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에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오르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특별하다. 최근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니커즈 컬렉팅’,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와인 컬렉터’, 롤렉스와 샤넬백으로 대표되는 일명 ‘명품 컬렉팅’이 사용과 동시에 그 가치가 끝나버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같은 실물 자산인 부동산은 어떨까? 부동산은 땅값과 건물값으로 구분되는데, 땅값은 그림값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입지를 인정받으며 가치가 오르기도 하지만, 건물값은 연식이 오래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데이터 축적의 결과, 안목 


미술품이 가진 가히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재가치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 투자하는 형태인 주식과 비교해보자. 1956년 우리나라 최초로 상장된 12개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단 두 곳에 불과하나, 미술 시장에서는 100년 넘은 작품을 거래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건실함을 입증한 상장 기업들이 다양한 변수 앞에 호황과 불황을 오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동안, 미술계에서 ‘블루칩’ 반열에 오른 작가의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수학하는 미술사와 미학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 시장이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는 여타 시장에 비해 안정적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즉, 이론적 체계를 갖춘 학문과 인류의 역사에 근간을 둔 미술 시장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위의 말을 조금 더 다듬어보자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미술사를 공부하는 동시에 꾸준히 시장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미술 시장의 추이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여기서 아트테크의 매력을 또 하나 꼽을 수 있는데, 바로 수작(秀作)과 태작(駄作)을 가리는 기준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그림은 말 그대로 예술품이라 완벽히 개인적인 취향의 범주에 있을 뿐 아니라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컬렉팅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 여기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저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작품만 수집하는 컬렉터, 100% 투기 목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컬렉터, 후대를 위한 사명감을 가진 컬렉터다. 이들이 이렇게 저마다의 목적과 취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마저 제각각인 것은 아니다. 좋은 작품은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좋은 작품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즉, 작품을 가려내는 눈만 훈련되어 있다면, 아트테크는 이미 절반 이상을 득점하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예술 작품을 보는 기준이 하나라는 말은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컬렉터가 같은 작품을 동시에 고르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한다. 결국 안목을 달리 말하자면 ‘엄청난 백 데이터들이 눈에 쌓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의 시장성까지 살피자 


 _쿠사마 야요이 <호박> 1981, 116.7×90.3cm 


미술품의 1차 유통 시장인 갤러리에서 작가 이력 및 이전 판매가와 경매 낙찰가, 작품 제작연도와 크기, 재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초의 가격은 작품이 첫 번째 소장자에게 판매된 직후부터 무너지고 이후 2차, 3차 시장을 거치며 컬렉터들이 만든 선호도에 맞추어 시장가치가 새롭게 매겨진다. 여기에서는 갤러리에 존재하는 ‘호당 가격’ 보다는 소재와 작품 컨디션, 작품의 구성(도상), 프로비넌스 등이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진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히 이에 따른 선호와 기피 현상도 존재한다. 

 

- 대체로 세로로 긴 작품보다는 가로로 긴 작품을 더 선호한다.

- 이강소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오리’와 ‘사슴’, ‘배’, ‘집’ 등의 도상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오리’다.

-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중 단연 최고로 치는 것은 노란색 호박이다.

- 김창열의 작품은 1970년대 후반의 물방울 도상을 최고로 친다.

- 임신한 여성이나 타인의 초상화는 국내에서 잘 거래되지 않는다.

- 이대원의 작품은 노란색의 농원을 다룬 시리즈 중에서도 열매가 주렁주렁 영근 도상을 우위로 친다. 

 

미술 시장이 만들어낸 이와 같은 기준들이 사실 작가의 작품성이나 예술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작가 의도와 작품성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작품을 향한 의미 부여는 컬렉터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하면서 만들어진 선호와 취향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윤병락 작가의 ‘사과’ 작품의 경우 풋사과보다는 빨간 사과를 식탁 옆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방이 화사해 보일 뿐 아니라 붉은 색이 명랑하게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을 선택할 때는 학문적, 예술적 가치 평가와 더불어 이러한 시장성까지 두루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는 곧 내가 작품을 추후 판매할 때의 환금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작품에 논하지 말아야


 _이우환 <바람과 함께> 1987, 162.2×130.3cm

 

아트테크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명언을 알려주자면, ‘작품을 가성비로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은 완벽한 1:1 매칭으로 거래된다. 가격이 시세와 많이 다르더라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해당 금액에 합의만 한다면 거래가 성립되는 반면, 작품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단 한 가지라도 맞지 않으면 거래는 불발된다. 또한 앞서 좋은 작품의 기준에서 언급했듯,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같은 작가의 동일한 크기 작품이라면 싼 것이 좋다는 태도보다는 되도록 작가의 대표작을 고르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면 그 작품만의 독자적 특별함이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해,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작가가 첫 개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야.’ 같은 식이다.  

우리가 친구에게 주식 우량주를 추천받을 때 ‘삼성전자 주식이 요즘 좋아’ 라는 말을 듣는다면 당일이라도 바로 주식 투자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친구에게 ‘요즘 이우환 작가를 눈 여겨 봐’ 라는 추천을 들었다면 이 작가는 어떤 작가인지, 어떤 작업들을 주로 해왔는지, 어디서 어떤 전시를 했는지, 요즘 경매 낙찰가의 상승폭은 어느 정도인지 등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좋은 작품이 갖추어야할 요건들이 이렇게 다층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술품에 대해 깊게 공부해야만 한다. 다음 호에서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방법을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