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부산은 뛰어난 실력의 기타리스트와 이들이 속했던 밴드의 활발한 활동으로 록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대중음악, 클래식 등 여러 음악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 속으로 가본다.
밴드 뮤직의 메카-인터플레이클럽
_인터플레이클럽 내부
인터플레이클럽은 부산대 부근 대로변에 위치해 찾기 어렵지 않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이곳에서 공연했던 한영애, 크라잉넛, 옥상달빛, 재주소년 등의 공연 포스터를 볼 수 있는데, 오랜 시간 운영해온 클럽 역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부산의 인디 음악계는 부산대 앞 클럽들이 긴 시간 큰 역할을 했다. 1997년 IMF 사태가 발생한 후 부산 공연계는 활기를 많이 잃었다. 이 시기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음악 공간이 필요하다는 갈망 속에서 인터플레이클럽은 문을 열었다.
인터플레이클럽은 스탠딩 공연장으로 4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인터플레이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음향 시설. 90년대부터 공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클럽 대표는 음향 시설에 가장 공을 들였다. 가수들이 음원을 녹음하는 레코딩 스튜디오의 스피커와 동급 사양이며, 본래 음감을 최대한 살려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소리를 증폭해준다. 때문에 인터플레이의 스피커는 라이브 공연을 진행했던 뮤지션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문화 예술계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이어온 인터플레이는 프로 뮤지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음악인에게도 활짝 문이 열려 있다. 직장인 밴드, 청소년·대학 밴드 등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인들도 여기서 상호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감미로운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선율에 잠시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 금정구 금정로 89, 010-3873-2200
_인터플레이클럽으로 가는 계단
어쿠스틱 뮤직과 커피-카페 전람회의그림
_카페 전람회의그림 내부
인터플레이클럽 대표가 같이 운영하는 카페 전람회의그림은 역사가 더 오래 되었다. 최초의 전람회의그림은 1993년 부산대 앞 부산은행 옆자리에 만들어졌고, 유럽 스타일의 클래식 살롱 음악회가 열리는 공간이었다.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많은 인기를 얻어 1996년 전람회의그림2가 현재 위치에 생겼다. 전람회의그림1이 상설 갤러리 겸 카페였다면 전람회의그림2는 음악 전용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전람회의그림 스피커는 대부분 나무 재질로 제작되어 있다. 때문에 소리 잔향이 매우 자연스럽고 은은하다. 부산을 방문하는 어쿠스틱 밴드들은 이러한 스피커의 특징 때문에 전람회의그림을 찾는 경우가 많다. 90년대에는 록이 인디 음악의 주류를 이루었던 데 반해, 현재는 어쿠스틱 밴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곳을 찾을 뮤지션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람회의그림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오픈 마이크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필요 없고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 금정구 금강로 280, 010-3873-2200
_카페 전람회의그림 외관
_카페 전람회의그림 입구 간판
특별한 콘셉트의 선율-덱스커피
_덱스커피 내부1
_덱스커피 내부2
전포동 카페 거리 내 위치한 덱스커피는 2020년 5월 오픈했다. 보통 카페에 가면 음악은 배경 요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덱스커피는 음악 자체가 메인 테마가 되는 카페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음악을 보다 진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곳의 스피커는 카페 대표가 직접 구입해 분해,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탄생했다. 손님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좌석은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카페 자리는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데, 덱스커피의 좌석은 특이하게도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손님들은 서로의 옆모습을 보면서 대화하고, 옆 사람을 보지 않을 때의 시선은 바리스타가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즉, 바리스타가 있는 장소가 무대가 되며 손님들은 바리스타를 바라보는 공연장의 관객이 된다.
낮 시간에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틀고, 저녁에는 재즈를 많이 튼다. 중간 중간에 손님들이 널리 알 만한 영화, 드라마 OST 등 클래식을 기반으로 대중적 요소가 가미된 음악도 튼다. 웅장하고 밀도 있는 선율에 집중하다 보면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덱스커피에서는 매월 말에 정기적으로 선곡 리스트를 바꾸고 있다. 선곡은 카페 대표와 직원이 논의해서 정한다. 손님들이 원하는 곡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바리스타가 있는 공간에 신청곡을 적을 수 있는 메모지가 비치되어 있다.
시그니처 메뉴의 이름 또한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카 오케스트라’는 달콤한 맛의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하고, ‘그레이 필하모닉’은 얼그레이에 에스프레소를 혼합하고 아몬드 크림을 얹은 중간 당도의 음료다.
■ 부산진구 서전로46번길 86, 051-808-3513
_덱스커피 외관
책으로 만나는 음악-부산음악사
_부산음악사 내부
부산에 음악 전문 서점은 많지 않은 편이며, 대부분 창고 형태로 만들어져 도매 위주로 책을 판매하고 있다. 부산음악사는 부산에 있는 유일한 음악 분야 전문 도·소매 서점이다.
서점 대표는 부산시청 부근 창고 형태의 공간에서 음악 서적을 도매로 판매하다가, 15년 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음악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 지는 40년이 훨씬 넘었다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음악 출판사, 음악 관련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부산음악사를 찾는 사람들은 음악 학원 관계자, 음악 분야 방과후 교사, 음대 교수 및 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취미로 기타, 색소폰 등의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50~60대 시니어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판매하는 음악 도서는 정말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악기 연주에 사용하는 악보 책이며 이외에도 음악 이론, 음악 역사, 음악 심리학 등 음악에 있어서라면 없는 게 없다. 특히, 악보 책의 경우 일반 서점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의 책이 주로 갖추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플루트, 우쿨렐레, 드럼, 칼림바, 색소폰,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음악 서적을 펴내는 국내 출판사는 500여 개나 되기 때문에 모든 출판사의 음악 책을 다 가져다놓기란 불가능해 주문 판매도 하고 있다. 주문은 1권도 가능하며 방문 수령하거나 택배로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 연제구 월드컵대로 27, 051-863-9255
_부산음악사 외부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