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해변 지척의 한 음악 작업실. 문을 나서면 몇 걸음 만에 푸른 바다와 마주할 수 있어서일까. 왠지 모를 낭만과 여유, 경쾌함이 가득한 이곳에 자신들의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밴드, 세이수미가 있다.
부산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다
세이수미는 기타리스트 김병규를 중심으로 보컬&기타리스트 최수미, 베이시스트 김재영, 드러머 임성완으로 구성된 4인조 인디밴드다. 멤버 모두 학창 시절에 밴드로 활동했을 만큼 일찍부터 음악에 진심이었는데, 밴드로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세이수미가 처음이라고 한다.
“제 이름이 ‘수미’여서 그렇게 된 것도 있지만, 밴드 이름에서 ‘펑크(Punk)’한 느낌이 났으면 했어요. ‘Sue Me’를 의역하면 ‘어쩌라고’가 된다고 해서 중의적인 의미도 담았어요.”
보컬 최수미는 작사도 담당하고 있다. 평소 일기나 메모에서 영감을 얻는데, 작사는 영어로 한다.
“어릴 때부터 영미권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우리말 가사보다 영어 가사가 더 자연스럽게 들렸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요.”
계속 영어 가사를 쓰는 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그리고 꾸준함은 곧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집 앨범
무대가 절실한 부산 인디 밴드
세이수미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인디 밴드로 이렇게 오랜 시간, 그것도 부산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저희 같은 밴드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부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산 대표 밴드’라고 소개해주시거든요. 이 부분이 부산에 기반을 두고 활동했기 때문에 얻은 좋은 점 같아요.”
또, 멤버 모두 부산이 고향인 만큼 세이수미와 부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공연을 비롯한 문화예술계가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니 세이수미도 부산에서 서울로 오가길 반복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비용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작업실을 옮길 생각은 없다고. 다만, 부산의 인디음악계가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자체에서 문화 관련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도 부산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아 음반을 제작했었고요. 그런데 인디 밴드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좀 더 실용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아직 부산은 인디 밴드가 오를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대학 앞 클럽에서의 공연이 늘어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건 신생 밴드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진짜 음악의 힘인 것 같아요. 본능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새로운 도전, 즐거운 여정의 시작
_해외공연
세이수미는 무려 4년 만에 3집 앨범
“예전에는 앨범 제작 기간 동안서울에서 지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몸이 축난 기억만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멤버들의 컨디션을 체크해가며 정말 마음 편하게 작업했어요. 일단 지금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우리가 해냈다는 보람도 있고요.”
기타리스트 김병규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밴드들의 음반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 그들 역시 그동안 세이수미가 겪었던 고단함을 느꼈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그를 찾았고, 그중 밴드 ‘소음발광’의 음반은 결과도 좋았다. 그리고 이제 세이수미 3집 앨범으로 활동을 준비하며 기대와 동시에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앨범과 투어, 기대가 크지만 취향은 강요할 수 없는 거잖아요. 오랜만의 활동인 만큼 국내 팬이든 해외 팬이든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공연장에서면 더 좋죠.”
세이수미는 지금까지 불안, 그리움, 괴로움 같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번에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담아냈다고 한다. 꽤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견뎌오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밴드 세이수미의 음악이 위로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