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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그리는
애틋한 이 도시

이른바 ‘로컬송’이라고 불리는, 특정 지역을 언급한 노래들은 많다. 그 노래들이 앞 다투어 가장 사랑하는 지역이 있다면 단연코 부산이다. 이 고장의 특유의 정서와 머릿속에 그려지는 정경이 많은 이에게 공감을 사기 때문이다.  

 

우리 꼭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_현인 <굳세어라 금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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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 음반 커버
 

1953년 현인에 의해 발표된 ‘굳세어라 금순아’는 한국 전쟁 휴전 무렵 전쟁과 분단으로 헤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을 통해 부산으로 넘어온 피란민의 입을 통해 당시 상황을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시장과 영도다리는 2절에 등장한다. 노래의 화자는 국제시장에서 장사치로 일하며 영도다리에서 헤어진 금순을 그리워한다. 이를 통해 피란민들에게 있어 국제시장은 슬픔을 뒤로하고 굳세게 살아가는 생존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영도다리가 헤어진 가족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가 될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도다리는 부산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때문에 이 노래는 현인 동상과 함께 노래비로 제작, 영도다리 입구에 세워져있다.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

_손인호 <해운대 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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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엘레지 음반 커버
 

시기별로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 있다. 1950년 대 후반에는 단연 해운대였다고 한다. 손인호가 발표한 ‘해운대 엘레지’가 종전의 히트를 하면서 원래도 사랑받았지만 선망의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가사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청춘남녀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운대에서 이별한 남자를 언급하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홀로 남은 남자가 추억이 깃든 동백섬과 백사장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다소 전형적인 사랑 노래로 전개될 수 있었던 이 곡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공간을 삽입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해운대는 연인들에게 지금까지도 특별한 데이트 코스다. 여전히 많은 남녀가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가 세워진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난다. 또 바다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동백섬을 산책하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비록 손인호는 세상을 떠났지만 이미자, 송가인을 통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해운대 엘레지’처럼, 해운대는 시대가 변해도 청춘남녀의 추억의 장소로 남을 것이다.  

 

문득문득 네가 그리워

_에코브릿지 with 최백호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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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가면 음반 커버


부산을 여행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노래를 순위로 매긴다면 ‘부산에 가면’을 1위로 뽑고 싶다. 젊은 뮤지션이 만든 곡을 따라 읊조리듯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최백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부산역 앞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겨주는 연인 없이 기차역에서 혼자 멍하니 서 있는 모습,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고개에서 상념에 사로잡힌 채 걸어가는 장면 등 노래 가사만으로도 그 광경을 그릴 수 있다. 노래는 마지막 행선지 광안리에서 깨진 기억의 조각을 맞춰보는 것까지 이별한 사람의 행적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누구나 아끼는 부산의 명소를 곳곳이 돌아보는 까닭일까?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말하고 있지만 부산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이 노래가 이 도시를 더욱 그리워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