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사람이 놓은 쥐약을 먹거나 학대를 받아 죽는 일이 빈번하다. 청사포에서만이라도 길고양이들이 주민들과 공존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문을 연 곳, ‘고양이발자국’의 유용우 대표를 만나보았다.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다
길고양이는 엄연한 도시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다. 상위 포식자인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도시 생태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싫어하여 학대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차에 치여 죽게 만들곤 한다. 공존연구소의 유용우 대표는 모두가 길고양이를 함께 보호하고 도시에서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자 지난 2016년 ‘고양이발자국’을 설립하였다. 원래 서울 출신이었던 그는 해운대 아쿠아리움에 취직하면서 부산 청사포에 내려와 살게 됐다.
“청사포는 도심과 가까운 예쁜 어촌마을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여기 마을 주민이나 가게 사장님들 중에 길고양이를 돌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이곳에서 길고양이 보호를 테마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였죠.”
그는 이곳에서 100% 친환경 천연 재료만을 이용한 가구및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면서 동시에 위생적이고 청결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와 고양이 보호 표지판을 제작하여 마을 주민 및 가게에 무료로 보급하였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더 쉽게 주면서 위생이나 청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길고양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그는 또한 일본이나 대만에 있는 유명한 고양이 마을들을 참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대만의 허우통 마을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들을 따라할 생각은 없었다.
“고양이들이 어딜 가나 바글바글하고,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마을이 꼭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아요. 단지 길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곳 주민 및 동식물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며, 사람에게 학대받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일 없이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리고 가는 정도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유용우 대표 본인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돌보고 있다. 특히 그는 ‘히로 그레이’라는 길고양이와의 추억을 들려 주었다. 히로 그레이는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이곳을 오픈하기 전부터 그를 잘 따라다녔던 유기묘였다.
“털이 회색이라서 저는 그레이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길건너 어떤 한 회사에서도 걔를 돌봐주고 있었더라고요. 거기서는 또 ‘히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서 합쳐서 ‘히로 그레이’라고 부르게 됐죠.”
히로 그레이는 청사포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다가 말년에는 몸이 아파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유용우 대표는 그 정도만으로도 길고양이로서는 나름 행복한 삶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한다.
길고양이를 넘어 야생동물 보호까지
현재 청사포에는 대략 10군데 가량의 길고양이 급식소가 마련돼 있다. 다행히도 많은 가게 사장님들이 길고양이 밥을 잘 챙겨주고 있으며, 길고양이들은 자유롭게 가게 안팎을 드나들며 애교도 피우고 재롱도 떨며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양이발자국에 가면 이 고양이들에게 붙은 이름과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대한 지도도 걸려 있다.
최근 유용우 대표는 ‘고양이발자국’ 간판을 ‘공존연구소’로 바꿨다. 가구 공방이었던 1층은 갤러리 공간으로 바꾸어 환경 및 동물사랑에 대한 작품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마련했 다.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인근 달맞이숲의 야생 동물을 보호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하고자 한다.
“숲속 새들과 다람쥐들에게 밥을 줄 수 있는 급식소를 제작 DIY 키트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몇 번 진행했어요. 또한 달맞이숲의 동물들을 소재로 캐릭터도 만들고 동화책도 만들어서 환경보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고양이발자국과 공존연구소가 그의 비전대로 잘 운영된다면 청사포는 환경보호와 동물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나라 대표 생태마을로 거듭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