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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ESG 경영

글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올해는 ESG에 드라이브를 거는 각국 정부의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범한 국제 지속가능표준위원회가 올해 발표할 ESG 공시 표준도 공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층 높아질 ESG 경영 수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이제 기업 경영의 본류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탄소중립, 투자, 공급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ESG 경영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기후변화 억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 만큼 올해부터 시작되는 연례 점검 작업을 통해 실행방안이 촘촘하게 짜여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 RBC 캐피탈 마켓은 올해가 기업이 잘 정의된 에너지 전환 계획을 공언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BNK금융그룹이 PCAF(탄소회계금융협의체),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등 3개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이들 이니셔티브 가입으로 금융투자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측정하고 실현가능한 탄소 감축 목표를 수립할 수 있게 됐으며 ESG 경영을 업그레이드하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EU와 미국의 발 빠른 움직임 


다음으로 올해는 ESG에 드라이브를 거는 각국 정부의 정책도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련 제도를 정비해온 EU(유럽연합)는 공시 강화 등 조치를 추가로 도입하고 있다. 환경과 인권, 반부패 등을 포괄하는 기업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개정안을 지난해 채택한 데 이어 시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EU는 또 기업의 사업장과 공급망 전체에 대해 인권 보호와 환경 위험 등을 실사하는 제도를 시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제도는 EU 기업의 역외 공급망에서 발생한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자가 해당 기업을 EU 사법기관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외국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ESG에 관한 한 후발주자인 미국도 발 빠르게 ESG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기후변화가 공공 및 민간 금융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안에 기후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환경 활동이나 성과를 과장하는 그린워싱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변화의 큰 흐름, ESG


지난해 출범한 국제 지속가능표준위원회(ISSB)가 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ESG 공시 표준도 공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들은 매출, 수익 등 성과를 알리는 재무제표와 별도로 지속가능보고서라는 형식으로 ESG 활동을 공시해왔다. 하지만 표준화된 지표가 없어 비교가능성, 일관성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ISSB가 준비 중인 방안은 재무제표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합하고 관련 지표도 표준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어 ESG 공시가 국제적 단일화의 길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렇듯 ESG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발원됐지만 정책, 금융, 소비자, 신용평가 등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자본주의 변화의 물결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투자기업에 보낸 서한에서 모든 산업과 기업이 탄소중립에 의해 크게 변화할 것이라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졌다. “멸종한 도요새가 될 것인가? 불사조가 될 것인가?” 답은 절박하고 진정성 있는 대응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