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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투자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월 24일 시작된 이후 한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휴전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전쟁이 어떻게 끝날 지 예상해 보고, 그에 따른 투자 전략도 짚어 본다. 

 

글_ 한수혁 KG제로인 상무이사

 

 

전쟁이 끝나도 지정학적 위험은 계속될 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젤린스키 대통령의 말처럼 ‘모든 전쟁에는 끝이 있다.’ 러시아가 큰소리쳤던 것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일방적인 항복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동맹인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유럽연합(EU)과 가까이할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중립을 선언하겠지만 비무장까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유럽 터키까지 포함된 3자에 의한 안전 보장을 받으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점령한 크름반도와 이번 전쟁으로 확보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된 나라로 인정받으려 하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지리상으로는 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가 정치-경제 체제 면에서는 유럽과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한, 지정학적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전쟁으로 불거진 국제 질서의 변화도 전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진 후 끝난 줄 알았던 냉전이 이제 새 얼굴로 다시 등장했다. 지금은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잡히기 전인 혼란기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2년 동안 러시아에서 독재 정권을 유지해 온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입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권좌를 지키게 된다면 이 지역의 긴장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기 힘들어 보인다.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불안도 이어질 전망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은 더 커졌다. 미국 연준(FRB)는 3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내년까지는 금리인상을 계속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3월 21일 밝혔듯이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도 단행할 것이다. 미국은 40년 만에 최대 폭의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3월 10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CPI)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9% 올라, 1982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 CPI도 전년 대비 6.4% 올랐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렸던 한국은행은 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별개로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 제제를 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가스 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불안해졌다. 전쟁 이전에 하루 700만 배럴 가량을 수출해 왔던 러시아의 석유가 그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부족분을 다른 산유국에서 메꾸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기술혁신을 통해 셰일 유전 개발에 성공해서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부족분을 메꾸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 이런 이유로 브렌트유는 전쟁 직후 배럴당 120달러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니켈을 비롯한 소재가격 움직임도 불안하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니켈 수출국인데, 수출 물량이 줄게 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니켈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 때문에 올해 밀 파종을 못하게 되면서 밀 가격도 크게 뛰었다. 

 


 

금, 방위산업체, 신재생에너지, 건설 분야 유망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금에 투자하는 게 좋다. 은행 창구에서 금 현물 증서를 매입하거나 금 선물 혹은 ETF를 살 수 있다. 방위산업과 관련된 주식, 특히 미국 방위산업 주식이나 ETF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 같다. 불안한 국제 질서에 영향 받아 무기 구매가 늘 것이다. 대표적으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방비 투자를 자제해 왔던 독일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방예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유가 불안은 당분간 미국의 셰일 가스 생산을 늘어나게 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 공급도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합의한 탄소 절감 협약은 변함없이 유효하다. 미국과 유럽은 풍력, 태양력, 수소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천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은 더욱 앞서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서 빠질 수 없으니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복구와 재건을 하려 나설 것이므로 해외 건설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 건설 주, 중공업 주에도 눈길을 주는 게 좋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로 관심을 모았던 여행, 관광업과 관련된 리오프닝 주식도 당분간 강세를 보이겠지만 에너지 가격 움직임에 따라 오름세가 제한될 수도 있어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마진이 커진 정유 관련주, 곡물 관련주도 강세를 보일 것이다. 

2020년 초부터 3년째 이어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충격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오미크론 유행이 이미 휩쓸고 지나갔다고 판단한 미국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미 발표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스텔스와 같은 변이가 나오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또 앞서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휴전이 늦어질 수도 있다. 

만일 코로나로 인한 불안이 계속되고, 러시아의 침략 전쟁도 장기전이 된다면, 오히려 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규모를 늘리려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