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자 전통예술의 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다. 옛 선조들은 성황신에게 봄을 맞아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풍악을 울리거나 넓은 마당에서 탈놀음을 즐기곤 했다. 이 봄, 부산 곳곳에서 면면히 전해 내려오는 전통예술의 향연을 만끽해보자.
신명 나는 우리 가락, 국립부산국악원
_국립부산국악원 외부전경
따사로운 봄날 은은한 꽃 내음을 느끼며 부산시민공원 주변을 걷다보면, 곡선과 직선이 잘 어우러져 세련되면서도 고전미가 물씬한 국립부산국악원이 눈에 들어온다. 2008년 문을 연 국악원의 ‘연악당’은 698석 규모 공연장으로 전통악기인 용고를 형상화했으며, 원형 구조 내부에는 전통 목조 양식을 적용해 한국적 미를 현대화했다. 276석의 ‘예지당’은 전통 돌담과 가옥의 마루 구조를 적용해 사랑방에서 연주자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열린 공연장인 야외마당에서는 사물, 연희, 줄타기 등이 신명나게 펼쳐져 보는 이들에게 어깨춤을 들썩이게 한다.
국립부산국악원에서는 올해 말까지 토요상설공연 ‘토요신명’을 펼친다. 2009년부터 시작된 토요신명은 궁중음악과 민속음악, 창작음악, 무용 등으로 우리 전통의 참 멋과 흥을 섬세하고 실감나게 전달한다. 토요신명은 총 31종의 작품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교과서 속 전통음악과 춤’, ‘영남의 풍류’, ‘궁중 음악문화의 숨결’, ‘미래의 전통, 창작의 멋’ 5개 주제로 순환 진행한다. 이외 4월 무용단 정기공연, 5월 어린이 공연, 6월 기악단 연희부 정기공연 등이 예정되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국립국악원 단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다소 생소한 국악 작품도 친근하게 접해볼 수 있다.
■ 부산진구 국악로 2, 051-811-0114
_주제 판소리
_연희부
수영성마을박물관 속 흥미진진 수영
_수영성마을박물관 외부전경
수영역 2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환한 색상의 간판과 벽화로 맞이하는 수영성마을박물관이 있다. 수영성마을박물관은 본래 좌수영성 북문이 있던 자리로, 2015~2017년 진행된 수영성문화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다세대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카페로 운영 중인 1층 마을다방에는 주민들이 발간하는 잡지와 수영구 관련 책들이 비치되어 있고, 마을기업에서 수영을 주제로 제작한 다양한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의 안내 센터 역할도 겸하고 있는데, 2층 마을전시관 안내도 이곳에서 문의하면 된다.
2층 전시관에서는 수영동 역사와 주민 생활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민들의 여러 활동에 대한 자료를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수영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수영에 서다’, 수영야류 등 문화재 및 마을 영상을 보여주는 ‘수영을 보다’, 안녕을 기원하며 소망을 직접 걸어볼 수 있는 ‘수영에 무탈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 안에는 가족 사진, 부채, 소쿠리 등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과 수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 수영구 수영성로32번길 28, 051-757-3201
_1층 마을다방
_2층 전시관
수영 역사와 문화에 빠지다, 수영민속예술관
_수영민속예술관 입구
수영성마을박물관과 수영민속예술관은 가까워서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수영사적공원 입구에서 고즈넉한 느낌의 돌담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기와지붕이 멋스러운 수영민속예술관이 보인다. 예술관 안에는 수영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여러 콘텐츠가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정교하게 제작된 인형으로 생동감을 살린 무형문화재 재현 작품들이 눈에 띈다.
수백 년 전 수영에 살던 사람들은 농사와 어업의 풍요, 주민들의 복락을 빌던 세시풍속으로 ‘수영지신밟기’를 했다. 지신밟기를 통해 추렴된 돈과 곡식은 탈놀음인 ‘수영야류’를 치르는 경비로 사용되었다. 수영야류는 전편 길놀이, 후편 탈놀음으로 구성된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예술이다. 이곳에서는 수영야류에서 양반을 폭로하는 말뚝이, 반인반수(半人半獸) 영노, 사자 등 여러 탈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좌수영어방놀이’는 멸치 등이 많이 잡히던 수영의 지역적 특징에서 유래한 풍어를 기원하는 놀이이며, ‘수영농청놀이’는 농청(농촌공동작업을 진행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농사일을 하며 부르던 노래와 춤이다.
수영민속예술관에서는 올해 수영야류 기획공연을 여러 차례 진행하며, 밀양백중놀이보존회 등 인근 지역 무형문화재 초청 공연도 함께하고 있다. 또한 유아, 초등학생들에게 우리 예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락락락 신나는 민속체험교실’을 연다. 참여를 원하는 학교(유치원)에서 희망하는 날 사전 예약을 하면 무형 문화재 공연을 관람하고 장구 만들기, 전통 장단 배우기 등 다양한 전통 민속 체험을 할 수 있다.
■ 수영구 수영성로 43, 051-752-2947
_수영야류 등에서 사용되는 탈들
_수영농청놀이를 공연하는 모습
자연과 함께 만끽하는 풍류, 부산민속예술관
_부산민속예술관 외부전경
동래는 온천문화와 무역을 통한 경제력의 축적으로 예부터 춤과 민속놀이가 발달한 곳이었다. 정월대보름 둥근 달이 떠오를 때면 300여 명 주민들이 각양각색의 등을 들고 세병교에서 동래시장까지 걸어가며 불놀이를 즐겼다. 또한 해학적인 대사와 예술성 뛰어난 춤으로 유명한 동래야류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당시 야류 판은 일반 관객들도 각자 종이 탈을 준비하여 쓰고 나와 함께 춤추며 섞여 노는 일종의 가면무도회 같았다.
이처럼 멋진 전통을 오늘날에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곳으로 부산민속예술관이 있다. 금강공원 후문에서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숲속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웅장한 건물과 넓은 마당이 보인다. 1974년 개관한 이곳에서는 부산민속예술보존회가 동래야류, 동래학춤, 동래지신밟기, 동래고무 등과 관련, 전수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올 11월까지 운영하는 동래야류 체험교실 ‘온고지신’에 참여하면 직접 동래야류를 배울 수 있다. 동래학춤, 동래지신밟기 등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으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공연에 참여하여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도 있다. 상쾌한 바람 솔솔 부는 숲속에서 구수한 우리 가락에 흠뻑 취해 날아갈 듯 덩실덩실 춤추면 세상사 온갖 시름도 저 멀리 달아날 것이다.
■ 동래구 우장춘로 195-46, 051-555-0092
_독특한분장과 의상을 하고 공연중인 모습
_동래야류를 배우고 있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