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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놀음 향한
45년의 순정
동래야류보존회
손심심 회장

동래 특유의 교방문화와 한량문화가 합쳐져 높은 경지의 예술로 승화된 동래야류. 과거에는 수만 명의 관중이 모일 정도로 ‘최고 인기 예능’이었다.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동래야류를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손심심 회장을 만나본다. 

 

 _동래야류보존회 손심심 회장 



당차고 뚝심 있게 걸어온 한길 

 

손심심 회장은 바다, 산, 다랭이논 등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경남 남해의 가천마을에서 태어났다. 마을 어른들은 어부의 안전과 마을의 무사태평을 지켜준다는 미륵바위를 중심으로 치성을 드리며 노래 부르고 춤추곤 했다. 어릴 때부터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손 회장 또한 자연스럽게 그 풍류에 젖어들었다. 

부산으로 이사한 후 고교 시절,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 및 전승을 위해 설립된 ‘전수학교(민속반)’에서 문장원, 양극수 등의 스승을 만나 처음 풍물 악기와 동래야류를 접했다고 한다. 단번에 탈놀음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 했던 할미 역까지 자원하며 나섰다.

“할미는 해학적인 탈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몸짓, 특히 남녀 간의 야한 장면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여고생들이 모두 난감해하면서 안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차 양반 역도 하고 할미 역도 하겠다고 나서자 문장원 스승님이 욕심도 많다고 껄껄 웃으셨어요.(웃음)”

그의 영원한 스승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8호인 문장원 선생은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단절된 동래야류를 복원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스승은 당차고 추진력 있고 뚝심 있는 손심심을 무척 아꼈다. 

 

마당에서 춤 출 때가 가장 행복해


춤 눈과 음악 귀가 밝았던 손 회장은 주도적으로 동료들을 리드하며 동래야류 공부에 몰두했다. 

“스승님은 “팔만 가만히 들고 있어도 그 멋이 뚝뚝 흘러야 한다. 기본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어요. 양팔을 치켜들고 한 박자에 한 걸음씩 옮기는 기본 일자 사위만 3시간씩 연습을 돌리곤 하니 중도 포기하고 도망가는 학생들이 속출했지요.”

끝까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인 그는 신라문화제 전통무용 부문에서 금상을 받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부산시립무용단에 들어갔다. 성인이 된 후에는 춤의 명인을 찾아 전국을 떠돌기 시작했다. 하보경, 김수악, 이매방, 한영숙 등의 스승으로부터 전통굿거리춤, 검무, 범부춤, 살풀이, 승무, 두꺼비춤 등 각종 전통 춤을 익힌 것이다. 

또 그는 거창한 무대보다는 거리 공연을 좋아했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던 80년대 후반의 서슬 퍼런 분위기 속에서 용두산공원에서 판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행복할 때는 마당에서 춤을 출 때예요. 제가 사랑하는 일을 날마다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요.”

 

 _야외에서 탈놀음을 하고 있는 모습


탈놀음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길 

 

최고의 춤꾼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손 회장은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 국악부문 수상, 부산문화회 문화상, 국제언론인연합 글로벌브랜드대상 문화예술부분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30대 중반부터는 MBC ‘10시 임성훈입니다’, KBS ‘6시 내 고향’ ‘TV쇼 진품명품’ 등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며 더욱 이름을 높였다. 그리고 지난 2020년 7월, 여성 최초로 동래야류보존회 회장에 취임했다. 

“어차피 탈을 쓰고 있으면 남녀 구분이 없고 누구나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45년간 한길로 달려온 저의 열정을 인정해준 것 같고, 잘 따라와 주신 선후배님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기적인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 전체가 초토화된 요즘, 그는 온라인으로라도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유튜브 채널에 동래야류를 소개하고 있다. 또 월 2회 ‘온고지신’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중장년층뿐 아니라 MZ세대에게까지 동래야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연이 끝난 후 탈을 벗고 인사할 때 관객들은 그 안에 숨어 있던 얼굴이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감동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줍니다. 그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그는 마지막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 탈놀음의 매력을 알게 되고 즐길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자신이 사랑하는 ‘마당’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_공연 의상을 착용한 손심심회장 


Tip 동래야류를 유튜브로 보려면?

유튜브에서 검색 창에서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로 검색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