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탈놀이는 경남지방에서 행해지던 오광대놀이가 바닷길을 따라 수영, 동래, 부산진 등에 전래된 것으로 수영야류, 동래야류 등이 유명하다. 탈놀이, 탈춤에는 어떤 캐릭터가 있을까, 또 오늘날 이들은 우리 삶에 어떻게 녹아있을까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말뚝이
양반의 하인으로, 양반들의 무능력과 부패를 고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 소론, 호조, 옥당을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시지들 마시오. ‘개잘양(개가죽 방석)’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라는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말뚝이는 양반들에게 시중을 들고 복종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양반의 약점을 폭로하고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 말뚝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수영야류·강령탈춤·가산오광대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북청사자놀음에서는 ‘꼭쇠’라는 이름으로, 수영야류에서는 ‘막득이’라고 부른다. 유난히 큰 코와 입, 눈을 가지고 있으며 얼굴에 여러 개의 혹을 달고 있어 우락부락한 인상을 준다. 최근 한 대기업 총수일가의 갑질 폭력이나 횡포를 보면 부패한 양반사회를 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이들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이 현대의 말뚝이가 아닐까. 말뚝이의 정의로운 행동에 우리들은 속이 후련해진다.
_말뚝이
양반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층으로 비판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배역이다. 경기도 산대놀이 가면극에서는 샌님, 서방님, 도련님으로, 동래야류에서는 원양반, 차양반, 셋째 양반, 넷째 양반, 종갓집도령, 비비양반 등으로 등장한다. 보통 샌님은 양반으로서 권위와 체통을 내세우지만 말뚝이에게 희롱을 당하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서방님은 지체 있는 집안 출신이기는 하지만, 무지하고 무능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려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도련님은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여 사는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존재이다. 양반의 외모는 대부분 흰색 바탕의 얼굴에 언청이의 모습, 입과 코가 비뚤어진 모습, 마마 자국으로 얽은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양반은 말뚝이에게 굴욕을 당하고 반인반수 영노에게는 목숨까지 위협 당한다. 생명이 다급해진 양반은 ‘똥, 개, 도지, 소, 쐐기, 구렁이’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낮춤으로써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다.
_양반
영노
경상남도 지역 가면극에서 양반을 응징하는 역할을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수영 야류에서 영노는 “천상에 득죄하여 잠시 인간에 내려왔다”면서 “양반 아흔아홉을 잡아먹고 하나만 더 잡아먹으면 등천한다”고 한다. 영노는 위기에 몰린 양반에게 참양반이면 물러가겠다고 하자 양반은 참양반 가문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영노는 그런 양반을 잡아먹어야 등천하겠다며 잡아먹어 버린다. 반면 동래 야류에서는 영노와 양반이 지혜와 재치를 겨루다 양반이 패배하고 함께 화해의 춤을 춘다. 영노는 몸이 용, 머리는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는데 미완의 용으로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경남지역 가면극에서는 영노를 통해 양반과 말뚝이를 통한 양반 비판까지 넘어 양반을 직접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줘 계급 갈등과 비판이 더욱 심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_영노
할미
가면극에서 영감과 부부 사이로 등장하며, 젊음과 출산 능력을 상실한 늙은 존재로 그려진다. 수영야류에서 코와 입이 심하게 비뚤어져 있고, 동래야류에서는 입이 돌아가고, 코 밑이 언청이 모습이다. 할미는 허리를 노출하고, 엉덩이춤을 현란하게 추면서 등장하며, 탈판에서 방뇨를 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강한 성적 욕구를 나타낸다. 막판에는 영감의 핍박, 또는 처첩 갈등에 의해 죽게 되는데 할미의 죽음은 공동체의 통과의례로 볼 수 있다. 현대사회는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여성의 지위가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녀 시리즈’와 같은 여성의 행동에 곱지 않은 시선이나 ‘패미니즘 논쟁’과 같은 남성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남녀대립 양상 속에 가부장적 질서에 의해 희생되는 할미는 다시금 여성의 지위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캐릭터이다. 오늘날, 할미와 같이 핍박 속에 희생되는 이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_할미
참고자료
한국민속대백과사전(https://folkency.nfm.go.kr/kr/main)